망막에 칩 이식, 실명 환자 시력 회복 “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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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 삽입 전(왼쪽)과 후의 모습.

유럽 5개국 환자 84% 시력 회복…노화성 질환 치료 새 가능성

시력을 잃은 환자들이 머리카락보다 얇은 마이크로 칩을 눈에 이식해 일부 시력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0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에서 진행된 국제 임상시험에서 실명 노인 38명 중 27명(84%)이 인공망막 이식 후 글자와 숫자, 단어 등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개선됐다.

이번 연구는 캘리포니아의 바이오테크 기업 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oration)이 개발한 ‘프리마(Prima) 디바이스’를 이용했다. 이 장치는 가로·세로 2mm, 두께 30마이크로미터(㎛)의 초소형 전자칩으로, 머리카락보다 얇다.

의사들은 이 칩을 환자의 망막 아래에 이식한 뒤, 비디오카메라가 내장된 특수 안경을 함께 착용하도록 했다.
안경의 카메라는 외부 영상을 촬영해 이를 칩으로 전송하고, 칩은 해당 영상을 전기신호로 변환해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들은 일부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성과가 건성 황반변성(AMD) 환자에게서 처음으로 시력 회복이 확인된 사례라고 전했다. AMD는 노화로 황반 세포가 손상되며 중심 시야를 잃게 되는 질환으로, 50세 이상에서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내 환자만 약 100만 명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었다.

뉴욕타임즈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수많은 노인 실명 환자들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환자들이 새로운 시력을 완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개월에 걸친 집중적인 재활 훈련이 필요하다.

한편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신경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술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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