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유권자 약 절반 “민주주의 망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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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에 참여하고 있는 유권자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영·EU 여론 조사…대다수 “정부, 민의 대변 못해”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서방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가짜뉴스 등으로 선거가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하며 민주주의가 위기에 놓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폴란드, 스웨덴, 크로아티아 등 유럽연합(EU) 7개국과 영국, 미국 등 총 9개국 유권자 9천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45%가 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최근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로 정치 불안이 이어지는 프랑스, 이민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연정이 붕괴하며 지난달 조기 총선을 치른 네덜란드 등 정국 혼란을 겪는 나라에서 자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전했다.

9개국 응답자 대다수가 자국 정부가 민의를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는데, 특히 영국과 크로아티아에서는 정부가 국민의 뜻을 효과적으로 대변한다는 응답이 각각 23%에 그쳤다.

폴란드를 제외한 8개국 유권자 대다수는 지난 5년 동안 민주주의가 악화했다고 답했고 미국의 경우 이런 응답이 61%에 달했다.

스웨덴을 제외한 나머지 8개국 응답자 대부분이 향후 5년 동안 자국의 민주주의 체제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프랑스(86%)와 스페인(80%)에서 이런 인식이 두드러졌다.

서방 유권자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가짜 뉴스, 부패, 정치인의 책임 결여, 극단주의 정치의 부상 등을 꼽았다.

조사대상 국가의 응답자 대다수는 민주주의적 이상에 대해서는 여전히 지지가 굳건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크로아티아 응답자의 51%가 민주주의가 양호한 삶의 질로 이어질 때만 지킬 가치가 있다고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서방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보호를 위해 부패 척결을 위한 법 정비와 집행, 사법 독립 보호, 학교에서의 시민 교육 개선, 소셜미디어에서 가짜 뉴스와 증오 표현에 대한 규제와 같은 방안을 지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독일과 루마니아 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 살포 등 러시아의 조직적 개입이 확인되는 등 유럽 민주주의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2일 27개 회원국의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며 ‘유럽 민주주의 방패’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EU는 정작 이번 발표에서 외부 세력의 선거 개입을 해결하려는 별다른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고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적했다.

EU 집행위는 이 계획에서 온라인상 허위 정보 감지와 확산 방지를 위한 자발적 행동 강령에 서명한 구글, 메타,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AI가 생성하고 조작한 콘텐츠를 감지하고 분류하기 위해 각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또 온라인 정치 캠페인에서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EU 규정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이들 간 자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