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활동, 뇌 노화 늦추는 효과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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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폰 사용하는 연장자, 치매에 도움_[Fox News]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예술활동·춤·음악·전략 비디오 게임 등
▶ 뇌 생물학적 나이 실제보다 ‘젊게’ 보여
▶ 콘서트 관람 등도 인지 저하 완충 효과

음악 연주, 춤, 예술 창작은 물론 일부 종류의 비디오게임 플레이까지, 몰입감과 감정적 만족을 넘어 뇌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 세계 참가자의 뇌 활동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창의적 활동 전반이 뇌의 생물학적 나이를 실제 나이보다 젊게 보이도록 만든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는 10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아구스틴 이바녜스 아돌포 이바녜스 대학 라틴아메리카 뇌건강연구소 소장은 “이는 다 빈치 같은 뛰어난 예술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창의적 취미를 갖는 것만으로 누구나 뇌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트레스와 불확실성, 절망이 만연한 시대에 예술이나 음악을 통한 작은‘버블’은 뇌 건강에 분명한 긍정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 창의적 활동 네 가지 모두 ‘뇌 노화 지연’ 효과

연구팀은 탱고 댄서, 음악가, 시각 예술가, 전략 비디오게임 플레이어 등 전 세계 1,467명의 건강한 참가자의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른바 ‘뇌 시계(brain clocks)’라는 계산 모델을 사용해, 개인의 실제 나이와 생물학적 뇌 나이의 차이를 산출했다.

이바녜스 소장은 “뇌 연결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정한 뇌 나이와 실제 나이 사이에는 일정한 간극이 생기는데, 그 간극을 통해 뇌 노화가 가속 또는 지연됐는지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정신질환·신경질환을 가진 일부 환자에게서 뇌가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사례가 관찰돼 왔다. 이에 연구팀은 어떤 요인이 뇌 노화를 늦추는지 추가로 규명하고자 했다.

분석 결과, 춤·음악·시각예술·전략 게임 등 네 가지 창의적이면서 도전적인 활동 모두가 뇌 노화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 수준이 높을수록 그 효과도 컸다. 특히 오랜 경력을 지닌 고숙련 탱고 댄서들의 뇌는 실제 나이보다 평균 7년 더 젊은 것으로 분석됐다.

초보자 역시 창의적 기술을 새로 배우는 과정만으로도 일정한 항노화 효과를 얻었다. 연구진이 24명의 참가자에게 전략적 사고와 상상력이 필요한 비디오게임 ‘스타크래프트 II’를 훈련시킨 결과, 30시간 훈련을 받은 뒤 이들은 규칙 기반 게임인 ‘하스스톤’을 배운 대조군보다 뇌 노화 속도가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대학교(UCL)의 데이지 팬코트 교수는 해당 연구가 강력한 방법론을 갖춘 데다 기존 연구들과도 맥을 같이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술 활동 참여와 생물학적 젊음 간의 연관성을 확인한 선행 연구들이 꾸준히 있다”며 “이번 연구가 다른 데이터에서도 재현된다면, 예술의 건강적 가치를 더 강하게 뒷받침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예술 감상만으로도 인지기능 저하 ‘완충’

창작 활동 뿐 아니라 예술을 감상하는 수동적 활동도 노화 관련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2022년 플로리다대학교 예술·의료센터의 질 손키 연구 교수팀은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인지 검사를 받은 4,344명의 노년층 데이터를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7년 동안 인지 점수는 소폭 하락했으나, 주당 최대 3시간까지 콘서트·연극·박물관 관람 등 수용적 예술 활동에 참여한 그룹은 기억력 저하 속도가 더 느렸다.


2025년 발표된 또 다른 최신 연구 역시, 인지 자극 활동 참여가 기억력 향상, 언어 능력 개선, 실행 기능 강화 등 다양한 인지적 이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90대까지 장수하는 가족 집단을 장기 추적 관찰한 ‘장수 가족 연구’에서 도출됐다. 흥미로운 점은 장수 유전이 없는 노인이라도 독서·연극·뮤지컬 관람 등 인지 자극 활동을 자주 하면 장수 가족 구성원과 비슷한 수준의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저자인 보스턴대학교 스테이시 앤더슨 교수는 “가족력에 특별한 장수 요인이 없더라도, 인지 자극 활동을 하면 충분히 인지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하며 “사진이나 기타 연주처럼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일은 미래의 뇌 건강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창의적 활동 혜택을 극대화하려면

전문가들은 창의적 활동을 일상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몰입의 흐름을 찾아라.

이바녜스 소장은 창의성의 힘은 스트레스와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몰입 상태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즉, 완전히 집중하고 깊게 빠져들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취미 모임에 참여하라.

사회적 유대는 건강한 노화의 핵심 요소다. 공동의 창의적 활동은 지역사회 내에서 사람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창의성과 신체 활동을 결합하라.

“춤과 같은 활동은 뇌뿐 아니라 신체도 함께 자극합니다.”라고 앤더슨 교수는 말한다. 심혈관 건강이 좋아질수록 뇌 건강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창의적 프로젝트는 삶의 목적의식을 강화하고, 특히 은퇴 이후에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손키 교수는 54세에 노래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현재 59세인 지금도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취미가 되었다”고 말했다. 손키 교수는 “예술은 정보를 제공하고, 신체 활동을 유도하며, 스트레스를 줄여 정신 건강을 높이는 여러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다중효과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By Meeri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