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로드레이지’ 비극… 한인 총격 피살

27

워싱턴주 48세 박찬영씨
▶ 운전 시비 순간적 총격
▶ 동반 자녀 눈앞서 참변
▶ 용의자 살인 혐의 체포

연말을 맞아 도로 위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진 운전 중 시비가 40대 한인 가장의 총격 피살 비극으로 이어졌다. 워싱턴주 레이시 경찰국과 서스턴 카운티 검시국에 따르면 지난 19일 밤 이 지역 로컬 도로에서 발생한 ‘로드 레이지(road rage)’ 총격사건으로 올해 48세의 에디 박(한국명 박찬영)씨가 숨졌다고 지역 매체 더 올림피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이시 경찰국 소속 경관들은 금요일인 지난 19일 밤 9시가 조금 안 된 시각, 레이시 지역 북동부 마빈 로드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현장 조사 결과 피해자 박씨가 차를 몰고 이 지역을 지나던 중 또 다른 차량의 운전자인 24세 남성이 박씨에게 총격을 가해 그를 숨지게 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박씨의 차 안에는 고교생 아들과 중학생 딸이 함께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로드 레이지로 인해 총격이 발생했다”고 밝히고, 용의자와 피해자는 서로 알던 사이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어 “장시간에 이어진 로드 레이지 상황은 아니었다”며 사건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발생했다고 밝혀, 상대방이 운전 중 시비 끝에 순간적으로 총격을 가한 정황임을 시사했다.

경찰은 이번 총격 사건의 용의자인 24세 남성을 2급 살인 혐의로 체포해 서스턴카운티 구치소에 수감한 뒤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서스턴 카운티 검시국은 숨진 박씨에 대해 오는 23일 부검을 실시해 정확한 사인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측은 용의자와 피해자 모두 레이시에 거주하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구치소 기록에는 용의자가 ‘군인(military)’으로 분류돼 있었다고 더 올림피언은 전했다.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레이시 지역 코스코에서 5번 프리웨이 건너편에 위치한 사건 현장 일대 도로의 양방향이 수사를 위해 한동안 전면 통제됐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망한 에디 박씨는 연방 우정국(USPS) 올림피아 우체국에서 근무해왔으며, 타코마 중앙장로교회 소속 장로로 예배 음악 사역에 남다른 헌신을 해온 신실한 크리스천으로, 부인 역시 타코마 중앙장로교회에서 반주를 맡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사망 소식은 지난 20일 새벽 기도회 이후 타코마 중앙장로교회 교인들에게 전해졌으며 이형석 담임목사가 교인들에게 직접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관계자는 “믿기 힘든 소식에 교인들 모두가 깊은 충격과 슬픔에 잠겨 있다”며 “유가족과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며 마음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 후 타코마 지역 등 현지 한인사회는 신실한 믿음을 보여왔던 박씨가 어이 없는 로드 레이지 총격을 받아 숨졌다는 소식에 큰 슬픔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이번 사건은 일상적인 운전 관련 시비가 연말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참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경각심을 주고 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