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가 의사 대신 처방전 갱신 시작

57
사진= 닥트로닉

의료 현장에서 AI 신뢰 범위 시험하는 시범 사업

미국에서 처음으로 유타주가 의사가 아닌 인공지능(AI)에 특정 의약품 처방전 갱신을 맡기기 시작했다. 인간 의료진은 개입하지 않는다.

유타주는 헬스테크 스타트업 ‘닥트로닉(Doctronic)’과 함께 만성질환 환자의 정기 처방전 갱신을 AI가 처리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정책 결정자와 환자들이 의사보다 알고리즘의 판단을 얼마나 신뢰할 의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초기 시험이기도 하다. 의료에서 가장 근본적인 관계 중 하나에 알고리즘을 끼워 넣는 이번 시도는 미국 의료 제공 방식 전반을 바꿀 첫 단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까지 미 식품의약국(FDA)은 닥트로닉의 프로그램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만약 FDA가 이 AI 활용을 규제 대상으로 판단할 경우, 사업 확대는 지연되거나 복잡해질 수 있다.

주 정부와 업계는 AI 활용이 비용을 낮추고 복약 공백을 줄이며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유타주를 넘어 AI 정책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생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 단체들은 처방 과정 일부를 AI에 맡길 경우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사협회(AMA)의 존 와이트 최고경영자는 성명을 통해 “AI는 의학을 개선할 무한한 잠재력이 있지만, 의사의 개입 없이 사용될 경우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려되는 문제로는 중독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자동화된 시스템을 악용해 부적절하게 약물을 확보할 가능성과, 의사가 포착할 수 있는 미묘한 임상 신호나 약물 상호작용을 놓칠 위험 등이 거론된다.

전미약사위원회협회(NABP)의 앨 카터 최고경영자는 약사들이 이미 처방 조제와 환자 상담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약학 위원회 관점에서 가장 큰 과제는 이 모든 기술을 어떻게 규제할 것이며, 과연 의료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닥트로닉이 유타주 규제 당국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500건의 긴급진료 사례를 대상으로 AI 시스템과 인간 임상의 판단을 비교했다. 그 결과 AI의 치료 계획은 의사 판단과 99.2% 일치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공동창업자인 애덤 오스코위츠는 “이 작업에서는 AI가 실제로 의사보다 낫다”며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AI처럼 모든 점검을 수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돼 있으며, 불확실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자동으로 의사에게 사례를 넘기도록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닥트로닉은 현재 전국 단위 원격진료 서비스도 운영하며, AI 상담 후 필요 시 의사에게 환자를 연결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자주 처방되는 190종의 약물로 제한되며, 통증 관리 약물, ADHD 치료제, 주사제 등 일부 약물은 안전 문제로 제외됐다.

<김승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 847.290.8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