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변호사 면회 못해 ‘인권 침해’ 우려 확산
연방 이민당국에 구금된 이민자들이 병원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가족과 변호사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있다는 인권 침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병원과 이민당국이 환자의 위치와 치료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생명과 직결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소통마저 차단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KFF 헬스 뉴스에 따르면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리디아 로메로는 전화기 너머 남편 훌리오 세사르 페냐의 쇠약한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병상에 누워 손과 발에 수갑이 채워진 채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감시 속에서 통화하던 그는 “죽을지도 모른다”며 아내에게 와 달라고 호소했지만, 정작 로메로는 남편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말해줄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
페냐는 글렌데일 자택 앞에서 체포된 뒤 경미한 뇌졸중 증세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러나 ICE와 병원 측은 그의 입원 사실과 위치를 가족과 변호사에게 알리지 않았다. 변호사 리비디아나 차볼라는 인근 병원들에 직접 연락했지만, “ICE 구금 환자 관련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적으로 들었다.
인권단체와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러한 관행이 환자를 사실상 고립시키고, 헌법이 보장하는 법률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특히 병원들이 환자를 가명으로 등록하거나 명부에서 이름을 삭제하는 이른바 ‘블랙아웃 절차’를 적용하면서, 가족과 법률 대리인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병원 측은 안전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현장 의료진들은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환자 치료와 의료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고 토로한다.
<노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