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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1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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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가 돈 내는 시대… 미국 취업시장 ‘역채용’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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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역채용 플랫폼인 리퍼 웹사이트.

사무직 고용 한파 장기화 속 채용 구조 변화
구직자가 헤드헌터 고용하는 시대

미국 내 취업시장의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구직자가 채용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일자리를 구하는, 이른바 ‘역채용(Reverse Recruiting)’ 현상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과거 기업이 헤드헌터에게 수수료를 지급하던 전통적인 채용 방식이 흔들리며, 구직자가 채용 전문가에게 비용을 내는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보도를 통해 “취업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역채용 담당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구직 활동 전반을 맡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역채용 플랫폼인 리퍼(tryrefer.com)의 경우, 구직자가 취업에 성공하면 첫 달 월급의 약 20%를 성공 보수로 받는 구조임에도 이용자가 급증했다. 지난해 여름 하루 평균 10명에 불과했던 신규 가입자는 최근 50명까지 늘어나며 5배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사무직 고용시장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풀이된다.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는 2020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반면 평균 구직 기간은 6개월에 달할 만큼 길어졌고, 실업자 수가 구인 공고 수를 추월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특히 아마존(Amazon)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 여파로 시장에 쏟아진 고숙련 사무직 인력들이 일자리를 두고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는 형국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용 절벽이 정책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기조와 강력한 이민 통제 정책이 기업들로 하여금 미래 경기 예측을 어렵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신규 채용을 중단하는 채용 동결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팬데믹 당시 과잉 채용된 IT 인력의 조정 작업과 이직을 꺼리는 경향까지 맞물리며 시장의 활력이 사라졌다.

컨설팅업체 EY 파르테논의 그레그 다코 수석 경제학자는 현 상황에 대해 “노동시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반면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싯 위원장은 “이민 정책 변화로 인구가 줄어든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용 증가 수치가 낮아 보이더라도 실업률 자체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구직자들은 스스로 비용을 내서라도 취업 기회를 잡아야 하는 엄혹한 현실에 놓여 있다.

로이터통신은 “고용 둔화를 둘러싼 논의가 연방준비제도 내부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금리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번 고용 지표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역채용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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