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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March 27,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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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태어나도”… 아시안 과반 “여전히 외국인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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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주민 절반 이상이 여전히 ‘외국인’ 또는 ‘이방인’으로 간주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았다. LA에서 실시된 시민권 선서식에 참석한 한인 등 이민자들. [박상혁 기자]

55% ‘이방인’ 간주 경험
▶ 외모·인종 고정관념 영향
▶ 외모·인종 고정관념 영향
▶ 뿌리깊은 사회 편견 여전

미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주민 절반 이상이 여전히 ‘외국인’으로 간주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출생지와 관계없이 같은 경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내 중국계 주요 인사들로 구성된 단체인 커미티 오브 100과 시카고대 부설 여론조사 센터 NORC가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인과 중국계 등 아시아계 미국인의 55%가 일상에서 ‘외국인으로 여겨지는 경험’을 정기적으로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 태생 2세에게도 거의 동일하게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아시아계(53%)와 해외 출생 아시아계(56%)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외부인’ 취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부색이나 외모 등 인종적 요소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이러한 ‘영원한 외국인’ 고정관념이 개인의 정신 건강과 사회적 소속감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외국인으로 취급받는 경험이 잦은 응답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스트레스 수준이 거의 두 배에 달했으며, 미국 태생 아시아계 가운데 해당 경험이 빈번한 경우 29%가 “거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같은 경험은 일상적인 질문이나 행동으로 나타난다. “영어를 어떻게 그렇게 잘하느냐”, “원래 어디에서 왔느냐”와 같은 질문은 표면적으로는 가벼운 호기심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복될 경우 정체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제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LA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음반업계 매니저 티파니 친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 수학 실력이 ‘중국인 유전자 덕분’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길거리에서 이유 없는 경계와 시선을 경험했다. 그는 “중국에 간 지 1년도 넘었는데도 마치 내가 코로나를 미국에 가져온 사람처럼 취급받았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험이 다른 소수 인종과도 비교된다고 밝혔다. 히스패닉의 38%가 ‘외국인 인식’ 차별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고, 흑인의 경우 강한 인종차별을 경험하는 대신 ‘외국인’으로 간주되는 사례(26%)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백인은 최근 이민자라도 영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조차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사례(6%)는 드물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인식이 정치 참여와 사회 통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24년 대선 투표율은 아시아계 약 58%로, 백인(70%)과 흑인(65%)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아시아계 미국인은 출생지와 관계없이 외국인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과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아시아계 차별과 소외 문제 역시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