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과 신탁, 작성에서 보관까지 디지털화 추진
아직 전자서명 대신 종이에 직접 서명 요구가 대세
전문가 조언 없는 유언서, 자칫 소탐대실 될 수도
재산 목록을 적은 유언서 작성은 그 연원이 고대 그리스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유언서 작성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 17세기 영국법으로 족적을 더듬어 올라 갈 수 있다. 유언서가 손으로 쓰였든, 변호사가 준비했든, 집에 있는 컴퓨터로 작성했든 지난 수세기 동안 변함이 없는 것은 그 유언서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증인 앞에서 잉크로 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몇 가지 예외가 있긴 했다. 예를 들어 한 농부가 그가 치인 먼지 덮인 트랙터에다 소원을 휘갈겨 써 놓은 경우 등이 그 예가 되겠지만, 극소수를 제외하면 유언서가 처음 등장한 이후 그 작성 과정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서명만으로 유언이나 신탁을 유효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언서 작성의 전 과정을 변호사나 공증인 없이 온라인에서 할 수 있게 된다. 비영리단체인 보통법위원회(Uniform Law Commission)는 전자유언법의 초안을 만들어 여러 주에서 이를 법으로 채택하도록 캠페인을 펴고 있다.
네바다와 인디애나 주는 이미 전자서명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했고,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주는 내년에 이와 유사한 법을 채택하기로 했다. 다른 주들도 보통법위원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온라인 유언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법정 서류 작성 등 법률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리걸 테크놀러지 회사들인 ‘로켓 로이어’와 ‘리걸 줌’ 등은 이미 온라인 유언서 작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리윌’은 유언서를 작성할 때 유산을 기부할 자선기관을 밝히도록 하는가 하면, ‘투모로우’ 같은 회사는 유언서와 같은 서류를 온라인으로 작성할 때 부부나 가족들이 작성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유언서 작성이 아무리 편리하고 명확하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대부분 유언서를 프린트 한 다음 공증과 2명의 증인 앞에서 서명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서명하고 공증된 유언서는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웹사이트에 다시 업로딩하면 그것은 무효가 되기 때문이다.
재 업로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복사본은 유효한 유언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투모로우’ 관계자는 “작성된 유언서를 프린트해 알 수 있을 만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당신만 아는 번호로 조합된 금고에 보관해서는 안 된다. 유언서는 당신이 죽고 난 뒤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법위원회가 제안한 전자유언법은 전자서명으로 유언서를 유효하게 하고, 보관도 금고 대신 사이버 보관창고인 클라우드에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온라인 스타트업 기업인 ‘트러스트 & 윌’은 네바다와 인디애나 주에서는 유언과 신탁 서류를 전적으로 디지털화 할 수 있도록 의뢰인들을 돕고 있으며, 다른 주로 이같은 법이 확산될 것에 대비하고 있다. ‘트러스트 & 윌’은 부동산 서류와 법률 서류에 온라인 공증을 제공하는 회사인 ‘노터라이즈 닷 컴’과 업무 제휴를 맺었다.
‘트러스트 & 윌’은 “유언서가 작성되면 전통적으로는 변호사 한 부, 의뢰인 한 부, 그런 다음에는 신탁을 의뢰받은 친구가 한 부씩을 보관해 왔으나 이제는 이를 모두 디지털화 해 오프라인에서 해야 할 일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회사 업무를 소개했다.
작성 과정은 다음과 같다. 즉 온라인으로 유언서를 작성한 후 서류를 이메일로 전달받은 공증인과 의뢰인을 비디오 채팅으로 연결한다. 공증인이 유언서를 검토한 뒤 공증을 하기 전에 의뢰인에게 질문 사항을 물어 확인하고는 공증한 후 서류를 도로 보내주게 된다. ‘트러스트 & 윌’은 이 전 과정을 녹화해 보관하게 된다.
‘노터라이즈’사의 패트릭 킨슬 CEO는 비디오 공증은 원격 의료와 같다며 유언서의 진위 문제 등이 제기될 때는 인증 가능한 기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킨슬 CEO는 미디어 재벌인 섬너 레드스톤의 예를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96세였던 그는 개인 재산과 그의 ‘바이어콤’ 지분을 둘러싼 법정 싸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 무렵 그의 사인은 유려한 필체로 휘갈기던 한 때의 사인과는 거리가 멀었고, 이같은 것은 그의 능력이 쇠퇴한 표식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만일 그가 서류에 사인하는 모습이 비디오에 담겨진다면 그가 무엇에 대해 사인하는지 알고 사인했는지 여부를 그의 모습과 음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돼 더 확실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인 ‘고쇼어’의 창업자인 숀 새비지는 회사가 번창하고 부부에게 아이가 태어나게 되어 있는 올해 ‘트러스트 & 윌’에 왔다.
그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유언과 신탁 등에 관한 일을 처리하려 했다면 변호사로부터 한 뭉치의 서류를 건네받아 금고에 던져 놓은 뒤 그가 죽을 때까지 열어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로 온라인 유언서 작성의 편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의 회사는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서류를 프린트해 서명해야 하지만 그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그의 의향을 담은 서류를 집에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운영하는 회사가 성장가도에 들어서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는 새비지 같은 의뢰인이 변호인의 자문이나 조력 없이 유언서를 작성하는 것은 1전을 아끼려다 1파운드를 손해 보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경우 유언서의 효력을 두고 인증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공증 때 ‘노터라이즈’는 유효한 연방정부 ID를 요구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본인 확인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디애나 주에서는 본인 확인에 추가 생태 자료, 예를 들어 지문이나 망막 스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비디오 촬영에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플로리다 마이애미비치의 신탁과 상속 변호사인 이스라엘 샌즈는 비디오 상에 나타나는 유언서 서명자는 정상적이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으나, 비디오 촬영에는 나타나지 않는 제3자가 그 옆에 있어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유언서를 작성한 변호사가 거기에 같이 있었다면 이같은 문제제기에 더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언서 작성은 화장실 휴지를 수퍼마켓에서 사는 대신 아마존에 주문해서 받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닌 엄중한 결정임을 샌즈 변호사는 강조했다.
전문가에게서 조언을 받는 것은 서명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이해하기 위한 것이며, 그냥 웹사이트에서 뽑아 유언서를 만들 경우 유언과 신탁의 의미가 무엇인지 완전히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사인할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By Paul Sulliv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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