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모임·술자리·과도한 씀씀이
이혼상담 등 평소보다 20%↑
자녀와의 관계에도 악영향
#한인여성 김모씨의 새해 목표는 이혼과 경제적 자립이다. 김씨는 “남편이 친구들과 연말 모임을 한다면서 거의 매일 만취해 귀가하는 것도 모자라, 어려운 살림에 술값으로 수백달러를 하루가 멀다하고 쉽게 쓰는 것을 보니 울화통이 치민다”며 “잔소리를 했더니 돈도 못벌면서 말만 많다고 얘들 앞에서 면박을 들었다. 결혼 후 매년 연말 모임 이후 반복되는 싸움도 지겹고 내 역할을 비하하는 것에 더 이상 참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정모씨는 연말 휴가 기간 동안 아내에게 참았던 화를 터뜨리고 말았다. 정씨는 “매년 연말이면 시카고에서 새해를 맞고 싶다며 부모님이 타주에서 2주동안 방문하는데 올해는 돌싱이 된 형님과 한달을 방문한다고 하자 아내가 싫은 티를 냈다”면서 “부모님이 외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연말 휴가를 낸 아내가 식사 차리다가 불만을 터뜨려 부모님 앞에서 언성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새해를 앞두고 기대는 커녕, 한인 가정내 부부싸움과 갈등이 잦아지고 있다. 상담기관 등에 따르면, 매년 연말연시 동안 한국의 ‘명절 풍속도’가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재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 부쩍 과해진 씀씀이를 두고 부부간 충돌이 발생할 뿐 아니라, 그간 곪았던 갈등들이 폭발하면서 이혼과 별거를 고려하는 상담들이 평소 대비 크게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주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매출에 대한 탄식과 배우자의 과한 씀씀이, 이혼에 대한 고민 등이 매일 수차례 올라올 정도로 잦아지고 있다.
지인 모임 뿐 아니라 가족 모임으로 인해 이혼 위기에 처하고 있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족 모임이 잦아지는 것이 부부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1년 내내 생업에 바쁘다가 모처럼 맞은 연말연시 연휴에 배우자 부모에 대한 갑작스러운 효도 강요가 한인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가족간 ‘효도는 셀프’라는 말이 무색하게 배우자의 부모님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으면서 부부싸움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같은 부부 갈등이 자녀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담 기관 관계자는 “어떤 문제든지 부부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자녀들 앞에서 갈등을 표면화할 경우, 자녀들이 어릴 수록 부모의 불화를 통해 느끼는 공포감과 불안은 부모가 상상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오랜 노력 끝에도 개선이 안된다면 이혼을 고려해야겠지만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됐다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고 개선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부부간 갈등은 자녀들이 없는 자리에서 논의를 하고, 이혼을 결정했다면 배우자에 대한 원망은 배제하고 감정적이지 않게 자녀들이 잘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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