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위조백신 유통, 제약사 해킹 등 우려
인터폴, 회원국에 오렌지색 경보 발령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하거나 검토하면서 접종이 코 앞에 닥쳤지만, 모든 사람이 맞기엔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수급불균형을 악용한 범죄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국제 경찰기구는 ‘액체 금(金)’으로 떠오른 백신이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에 나섰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형사경찰기구 인터폴은 코로나19 백신이 온ㆍ오프라인에서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위르겐 스톡 인터폴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들이 백신 출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범죄 조직이 보급망에 침투하거나 교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백신 관련 모든 범죄 활동에 대해 법 집행 당국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도난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터폴은 또 백신이 정식으로 유통되면 범죄 조직이 불법 광고를 통해 가짜 백신을 팔거나, 진짜 백신을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한다. 이 경우 백신 공급망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 인터폴은 194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오렌지색 경보'(공공안전에 대한 즉각적이고 심각한 위협에 내리는 수배)를 발령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형사ㆍ경찰기구인 유로폴 역시 이날 27개 회원국에 “일단 합법적인 백신이 출시되면 위조버전이 빠르게 유통될 것”이라며 “멕시코에서 발견된 가짜 독감 백신처럼 가짜 코로나19 백신이 위생기준이 없는 지하 실험실에서 생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의 경우 공중 보건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기관들의 잇단 경고는 백신의 희소성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사용신청을 각국 정부가 검토하면서 접종이 가시화했지만, 초기에 공급될 백신의 양은 제한적인 데다 의료 종사자 등에게 우선 돌아갈 예정이다. 백신 수요를 충족하려면 최소한 수개월의 기간이 불가피해, 금처럼 한정된 수량을 두고 먼저 백신을 접종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앞다퉈 확보전에 나서면서 검은 손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이미 온라인 공격은 현실화한 상태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존슨앤드존슨, 한국의 셀트리온, 신풍제약 등 국내외 코로나19 제약사들은 이달 초 북한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미국의 정보기술(IT) 기업 IBM은 최근 해커들이 한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의 백신 ‘콜드체인(저온 유통망)’을 노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력한 용의자로 러시아와 북한을 지목한 상황이다. 체코의 한 병원 역시 사이버공격으로 코로나19 검사 서비스가 다운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10월 WSJ은 글로벌 제약회사와 운송업체들이 백신 도둑을 막기 위해 ‘007 작전’ 뺨치는 배송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화이자를 비롯한 백신 회사들은 백신 유통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기 위해 GPS 추적 장치를 부착하거나, 운송 과정에서 도둑을 따돌리기 위해 아무것도 싣지 않는 가짜 백신 운송트럭을 동원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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