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업까지 고민해야 할 상황”
▶ 패스트푸드 이용객까지 줄어
▶ “내년에 경기 더 안 좋다”
▶ 한인 식당들도 ‘생존 경쟁’
전국 외식 업계가 소비자 지출 위축과 살인적인 물가·인건비 상승의 삼중고에 직면하며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 소비자들이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패스트푸드 등 저가 외식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한인 업주들 사이에서도 폐업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5일 식품업계 데이터업체 레비뉴 매니지먼트 솔류션스(RMS)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패스트푸드 방문객 수는 1.1% 감소했다. 평균 객단가가 1.9% 상승하면서 매출은 0.8%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전체 외식 산업의 성장률(전년 대비 6.7%)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난 9월 레스토랑 전체 매출은 전월 대비 0.7% 증가했으나, 이는 고급 및 캐주얼 다이닝 부문의 성장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RMS는 “패스트푸드 체인은 전체 외식업계 흐름에서 계속 뒤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소득층·젊은 소비자들의 소비 감속이 뚜렷해지면서 맥도널드, 잭 인 더 박스, 치폴레, 스윗그린 등 주요 체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의 여파는 소비 심리를 사실상 ‘응급실’로 밀어 넣었다. 셧다운은 무려 43일로 사상 최장기간을 기록한 바 있다.
잭 인 더 박스의 최고경영자(CEO)인 랜스 터커는 “최근 몇 주간 정부 셧다운의 영향으로 인한 하향 압력을 목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리테일 매출 증가율은 9월 0.2% 상승에 그치며, 전월 대비 확연한 둔화를 보였다.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는 데이터 기업 누머레이터의 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응답자의 단 38%만이 “재량적 지출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10월 소비자 심리는 4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이는 고용 시장, 가계 재정, 지출 수준에 대한 소비자의 전반적인 심리가 악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경제의 체온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는 노동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인공지능(AI) 자동화 흐름 속에서 HP, 애플, 아마존, UPS 등이 연이어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예고하며 수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안정적 소득 기반이 흔들리자 소비는 한층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25년 8월 기준 캘리포니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3.3% 상승했고, 식품 지수는 4.2% 상승했다. 업주·소비자·지역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체감 외식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최소 20~30% 상승했다. 여기에 시간당 최저임금 16달러(패스트푸드는 20달러)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건비 부담은 외식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현실은 수치보다 더욱 냉혹하다. 한인 상권에서도 외식 물가와 비용 상승의 여파가 그대로 느껴지고 있다. LA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한인 업주는 “식재료 물가가 너무 올랐고,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다.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인데, 현 상태로는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다”며 “정말 폐업을 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한인 보바(버블티) 업체의 업주는 “사실 돈을 벌려고 시작한 사업이 아니라 그냥 이 일을 하는 게 좋아서 한 건데, 최근 커피 원두부터 컵, 패키징 비용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음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지갑 사정도 크게 위축됐다. 40대 한인 A씨는 “지난주 한 식당에서 3인분을 먹고 밥 한 공기를 추가했는데, 팁을 포함해서 134달러가 나왔다. 이전 같으면 100달러 미만이었을 것”이라며 “너무 부담스러워 웬만하면 외식을 하지 말자고 가족끼리 원칙을 세웠다”고 전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지금 소비 위축은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니라 물가·관세·고금리·고임금·자동화·셧다운이 동시에 소비심리를 갉아먹는 복합 위기”라며 “관세로 인해 수입품 원가가 더 오르면, 외식업과 리테일업은 내년 상반기부터 더 큰 가격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박홍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