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전자허가제) 심사 강화에 관광 냉각… 한인 업계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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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SNS 제출 등 까다로운 입국심사
▶ 국립공원 입장료 인상 맞물려 한국 단체관광 수요위축 우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무비자 전자여행허가제(ESTA) 입국자에 대한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미국 관광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한인 여행업계는 “단체 관광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방 국경세관보호국(CBP)은 최근 연방관보를 통해 ESTA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심사 강화 규정 개정안을 공개했다. 개정안에는 과거 5년간 소셜미디어(SNS) 사용 기록과 지난 10년간 이메일 계정,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 광범위한 개인정보 제출, 가족 출신지 기재 요구가 포함돼 있다. 이 방안은 현재 공개 의견 수렴 단계로, 최종 시행 시점과 세부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입국자 심사 강화 행정명령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42개 비자면제협정(VWP) 국가 국민들의 단기 관광·출장·경유 수요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공원 정책을 둘러싼 논란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6년부터 주요 국립공원을 찾는 비거주 외국인 관광객 대상 입장료 체계를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내년 1월1일부터 비거주자용 연간 패스 가격은 250달러로 인상되며, 패스를 구매하지 않은 경우 인기 국립공원 11곳 입장 시 1인당 100달러가 추가된다.

또한 무료 입장일 일정이 개편돼, 기존의 마틴 루터 킹 데이와 준틴스 등 일부 휴일은 미국 시민과 거주자 중심으로 적용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관광객 상당수는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미국을 방문하는 구조여서, 이번 정책 변화가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ESTA 심사 강화와 국립공원 요금 인상이 겹치면 여행 수요가 줄고, 기존 상품 구성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미국 여행을 포기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한국 관광객이 서부 지역 대표 관광 코스인 그랜드캐년, 요세미티,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 등 4곳을 모두 방문할 경우, 기본 패키지 요금에 국립공원 입장료만 400달러가 추가된다. 관계자는 “환율 상승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입장료만으로도 여행객이 느끼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여행사는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 정책 세부 사항이 확정되지 않아, 시행 방식에 따라 1안부터 3안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책이 급작스럽게 시행됐다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어 섣불리 방향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예약 취소나 직접적인 매출 감소 등 가시적인 여파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아직까지는 피부에 와 닿는 변화는 없다”며 “여행업계 전반이 굉장히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는 미 주류 여행업계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여행 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비자면제프로그램 이용 여행객들의 소셜미디어 이력을 확보하려는 정부 방침을 깊이 우려하며, 이 정책이 미국 여행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인 여행업계 관계자들도 이러한 정책이 과연 실질적으로 미국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관광지로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객이 방문해 수십억 달러를 소비한다”며 “정부는 자국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하지만, 과연 미국 전체를 위한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