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일리노이, 숨겨진 보석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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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TW

숀니 국유림(Shawnee National Forest)의 해발 약 300피트 높이 석회암 절벽에 선 한 방문객은, 자신이 AI 앱에 입력한 몇 마디의 문장을 통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절경을 마주했다. AI는 그에게 이곳을 ‘푸르고, 마법 같으며, 동화 같은 곳’이라고 표현했다.

번아웃을 겪던 30세 사회복지사는 평온한 회복 여행지를 찾기 위해 인공지능에 도움을 요청했고, AI는 노스캐롤라이나(스모키산맥으로 유명)와 함께 남부 일리노이를 추천했다. 주변 누구도 가본 적 없던 이 지역에 흥미를 느낀 그는 곧 ‘숨겨진 보석’이라 불릴 만한 곳을 직접 확인하게 됐다. 유명 관광지에 지친 이들에게는 신선한 대안이 될 만한 여행지였다.

평소 유명지를 반복해서 찾던 여행자들에게, 일리노이 남부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여름철이면, 서쪽의 인스피레이션 포인트 트레일(Inspiration Point Trail)에서 동쪽의 가든 오브 더 갓즈(Garden of the Gods)까지 펼쳐진 숀니 국유림은 점차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역 당국의 홍보 노력에 힘입어, 이 일대는 여행지로서의 위상을 점점 더 공고히 해가고 있다.

지역 관광국은 하이킹, 자전거, 집라인, 암벽 등반 등 야외 활동의 매력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관광객들이 잘 알지 못했던 와이너리와 와인트레일도 주요 자산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홍보는 대중교통 광고에 그치지 않고 우편물, 박람회, 지역 인플루언서의 디지털 콘텐츠까지 아우르며 전방위로 전개됐다. 2023년 일리노이 전체 관광 지출은 470억 달러를 돌파했고, 관광산업은 4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며 65억 달러 이상의 지방·주 세수를 유발했다. 총 경제 효과는 8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주 정부는 밝혔다.

일리노이 남부 출신의 한 여행 콘텐츠 제작자는 “팔로워 대부분이 이 지역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몰랐다”며, 지역의 저평가된 매력을 소개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안나(Anna) 지역에는 1853년에 지어진 옛 학교 건물을 개조한 숙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책상, 지구본, 칠판 등 원래 구조를 유지한 채 아늑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전체 투숙객의 20%가 이 독특한 공간을 ‘목적지’로 삼고 방문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이곳을 정기적인 힐링 공간으로 찾는다는 멤피스 출신 여행자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따뜻한 환대가 인상적”이라 말했다.

일리노이 최대 와인트레일인 ‘숀니 힐즈 와인트레일(Shawnee Hills Wine Trail)’은 40마일 구간에 12개 와이너리가 연결돼 있다. 1995년 출범 이후 점차 인지도를 쌓아온 이 트레일의 와인들은, 동일 품종을 사용하더라도 지형과 토양에 따라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닌다. 2015년 이후 이곳 와이너리들은 국내외 와인 대회에서 30개 이상의 메달을 수상하며 품질을 입증해왔다. 최근 한 와이너리는 인기 제품이 완판되며 관광 캠페인의 효과를 입증했다.

카본데일에서 차로 가까운 마칸다(Makanda) 마을은 인구 550명 미만의 작은 마을이지만, ‘일리노이에서 가장 히피스러운 동네’로 불리며 특유의 매력을 뽐낸다. 나무 보드워크를 따라 예술작품, 수공예 보석, 크리스털 등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예술가들과 졸업생 관광객의 발길이 꾸준하다.

남부 일리노이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여행지를 찾는 움직임은, 전 세계 여행자들이 더 자연과 지역문화, 공동체에 연결되기를 원하는 변화의 흐름을 반영한다. AI의 추천처럼 기술이 새로운 여정을 이끄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농촌 지역의 경제 회복, 와인·예술·자연을 잇는 복합 관광루트 개발, 그리고 관광객을 맞이할 인프라 구축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미국 여행의 지형을 조용히 변화시키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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