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毛)르면 손해, 제시카 박의 탈모 이야기 6]엑소좀의 발견, 탈모 치료 열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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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이 전달하는 생명 신호, 모발 재생의 열쇠

요즘 피부과나 탈모 클리닉을 중심으로 ‘엑소좀 트리트먼트’라는 용어가 자주 들린다. 한 번의 시술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 달러를 호가하며, 효과가 뛰어나다는 입소문도 많다. 그러나 정작 엑소좀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작용해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엑소좀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물질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세포가 배출하는 ‘쓰레기’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재생의학, 피부과, 심지어 항암 치료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엑소좀을 쉽게 설명하자면 세포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생물학적 ‘편지’다. 머리카락 굵기의 천분의 일도 안 되는 미세한 소포체 안에 DNA, RNA, 단백질, 효소 같은 정보 전달 물질들이 담겨 있다. 이 편지에는 매우 구체적인 지시 사항들이 담긴다. 예를 들어, 손상된 부위에는 “염증을 진정시켜라”,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라”는 신호가 포함되어 있고, 이 메시지가 필요한 조직에 정확히 도달해 세포의 행동을 바꾼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인체 내 미생물들 역시 엑소좀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두피에 서식하는 유익균들 또한 엑소좀을 통해 모낭 세포에 정보를 전달한다. “염증을 억제하라”, “모발 생성을 시작하라” 같은 신호를 보내며, 두피 환경을 개선하고 탈모 억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특정 유익균에서 유래한 엑소좀을 탈모 부위에 적용했을 때, 모낭 줄기세포의 활성도가 300% 이상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약물이나 시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엑소좀이 탈모 치료에 효과적인 첫 번째 이유는 크기다. 대부분의 약물이나 성분들은 피부 장벽을 뚫기 어렵지만, 엑소좀은 초미세 크기 덕분에 모낭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생체 적합성이다. 엑소좀은 원래 인체 세포가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기 때문에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복합적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단일 성분이 아닌 다양한 성장 인자, 항염 물질, 재생 유도 물질이 동시에 작용해 다방면에서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엑소좀이 매우 민감한 구조라는 데 있다. 열이나 화학적 처리에 약해 기존의 추출 방식으로는 엑소좀의 구조가 쉽게 손상된다. 원심분리나 화학 용매 추출 방식은 고온이나 자극이 수반되는데, 이 과정에서 엑소좀의 생물학적 활성이 70~80% 이상 소실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콜드프레스 추출 기술’이다. 낮은 온도에서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물리적인 압력만으로 엑소좀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올리브유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냉압착 방식과 유사하다. 이 기술은 엑소좀의 구조와 기능을 거의 손상 없이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국내 연구진이 콜드프레스 방식으로 추출한 엑소좀의 생물학적 활성이 기존 방식 대비 95% 이상 유지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구조적 안정성뿐 아니라 순도 또한 뛰어나다. 불필요한 세포 잔해나 노폐물이 섞이지 않아 안전성과 효능 모두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엑소에피’다. 엑소에피는 건강한 두피에서 선별한 특정 유익균을 배양하고, 콜드프레스 기술을 통해 고순도 엑소좀을 추출해 만든 홈케어 제품이다. 기존의 클리닉 시술이 일회성, 고농도 주사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면, 엑소에피는 매일 가정에서 꾸준히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효과를 추구한다.

모발 재생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소 3~6개월 이상의 꾸준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매일 엑소좀을 공급할 수 있는 홈케어 제품은 장기적으로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비용 측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클리닉에서 엑소좀 시술을 1년간 받으면 수백만 원 이상이 소요되지만, 엑소에피는 그 일부 비용으로 지속적 케어가 가능하다.

엑소좀 기반 치료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미 일부 연구팀에서는 개인의 두피 미생물 생태계를 분석해,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유익균 엑소좀을 맞춤 설계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머지않아 ‘개인 맞춤형 엑소좀 탈모 치료’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다.

다만 현재 시중에는 엑소좀이라는 이름만 내세운 제품들이 넘쳐난다. 실제 엑소좀 함유량이 낮거나, 화학 처리를 통해 활성을 잃은 제품들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선택 시에는 추출 기술의 검증 여부, 임상 데이터의 유무, 품질 관리 시스템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이제 탈모는 단순한 증상 억제를 넘어, 세포 수준에서 모낭을 재생하는 ‘치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미생물과 인체의 공생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재생 기술에 응용한 엑소좀은 탈모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우리는 지금 모발 과학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출발선에 서 있다. 웹사이트: rutam.store/ko

제시카 박 스킨케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