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서 시작된 영화 인생, 중심은 ‘사람’과 ‘신념’
▶‘신의 악단’ 개봉 한 달 만에 129만 관객 돌파
2006년 시카고에서 첫 장편영화 ‘선물’을 연출해 한인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던 김형협 감독이 또 한 번 의미 있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그의 신작 ‘신의 악단’은 한국 개봉 한 달 만에 129만 관객을 돌파하며 진정성 있는 휴먼 드라마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김형협 감독은 지난 19일 WINTV 생방송 ‘시카고 지금’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밝혔다.
◇ 시카고에서 내린 영화적 뿌리, ‘선물’
김형협 감독이 영화감독으로서 첫발을 내디딘 곳은 시카고였다. 그는 2005년 ‘예향문화선교회’와 윈미디어(현 WINTV·시카고한국일보)가 공동 제작한 영화 ‘선물’을 통해 청소년 마약 문제와 한인 이민 가정의 아픔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당시 시카고를 비롯해 미 전역 한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물’ 제작의 시작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윈미디어의 김왕기 회장이 청소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김 감독과 의기투합해 개인 출자로 제작했다. 영화가 완성되기 전 예향에서 연극으로 먼저 공연됐고, WINTV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될 만큼 지역 사회의 정성이 결집된 프로젝트였다. 특히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아던 조(Arden Cho)는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캐데헌’에서 주인공 루미 역을 맡는 등 세계적인 스타로 거듭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사람’과 ‘신념’을 관통하는 작품 세계
김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은 언제나 ‘사람’과 ‘신념’이다. 2005년작 ‘선물’이 절망 속에서 가족의 사랑과 믿음이 한 사람을 구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 신작 ‘신의 악단’은 종교가 허용되지 않는 북한이라는 극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서로를 이해할 때 희망이 피어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김 감독은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를 늘 고민한다”며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태도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시카고 활동 시절 우연히 만난 거장 임권택 감독에게서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그 말이 지금까지 자신의 영화인 삶을 지탱해 준 힘이 됐다고 밝혔다.
◇ 영하 40도 몽골 설원에서 담아낸 ‘북한의 현실’
‘신의 악단’은 북한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되, 무겁지 않게 전달하자는 방향 속에서 1994년 평양 ‘칠골교회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 북한 보위부가 외화벌이를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는 기획에서 시작됐다.
영화의 97%는 몽골에서 촬영했으며, 배우들은 영하 40도의 강추위 속에서 동상에 걸리면서도 촬영을 이어갔다. 특히 눈밭에서 찬양을 부르는 장면은 김 감독이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그는 “우리 삶 속에서 복음의 씨앗이 어떻게 피어나는지를 그린 이야기”라며 “‘선물’이 회복을 다뤘다면, ‘신의 악단’은 변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고 두 작품의 공통점을 설명했다.
현재 ‘신의 악단’ 홍보와 무대 인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감독은 일찌감치 손익분기점을 넘긴 성적에 대해 관객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후배 감독들에게도 “함께 꿈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작업하다 보면 길은 반드시 열린다”고 격려했다.
시카고에서 시작된 그의 영화 인생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과 ‘희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김 감독은 “모든 작품은 소중하지만, 특히 첫 장편인 ‘선물’과 삶의 전환점이 된 ‘신의 악단’은 더욱 각별하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전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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