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네스의 세계미술관 산책7]<파리의 맑은 날과 비 오는 날> 카유보트와 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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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브 카유보트 <파리 거리: 비 오는 날 (Paris Street; Rainy Day)> 1877, 캔버스에 오일, 212.2 × 276.2cm


시카고미술관 4

왜 사람들은 인상주의 그림을 좋아할까. 아마도 그림 감상이 쉽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는 대로 보면 된다. 그림 감상법은 인상주의를 기점으로 달라진다.

그 예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은 1848년 이전의 고전주의 작품만 전시하고, 이후 작품은 인상주의 미술관 오르세로 보낸다.

루브르의 고전주의 그림은 읽어야 한다. 성경, 신화, 역사 등 내용을 담고 있어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그림을 보고 읽고 해석해야 온전히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다.
반면 오르세 미술관의 그림은 말 그대로 대상의 인상을 그렸다.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다. 느끼고 공감하며 화가와 교감하면 된다. 아름답고 화사한 색채, 주변 풍경과 일상이라는 주제로 감상이 어렵지 않다.

미국에서 인상주의 컬렉션을 가장 많이 보유한 시카고 미술관에는 지나칠 수 없는 두 점의 대작이 있다. 인상주의가 탄생한 프랑스 파리의 비 내리는 날과 맑은 날이다.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의 <파리 거리: 비 오는 날>과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의 <그랑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미술관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작품으로,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두 작품 모두 인상주의 전시회 출품작으로 주제와 크기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았으나, 아카데미 전통주의자들에게는 조롱거리였다.
그림은 유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시기, 벨 에포크(Belle Époque, 19세기 말~1914년)에 제작되었다.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평화로운 황금기였다. 특히 파리를 중심으로 과학, 문화, 예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카유보트의 <비 내리는 파리 거리>에는 거리를 걷는 댄디한 신사와 세련된 숙녀가 등장한다. 벨 에포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현재 파리의 모습이기도 한 이 거리는 1853년 나폴레옹 3세의 명령으로 오스만 남작이 재정비했다. 좁고 혼잡한 중세 미로 같던 이 동네에서 카유보트는 성장했다. 그는 새롭게 변한 도시에서 집 근처 생라자르역 복잡한 교차로를 <파리 거리: 비 오는 날>로 그렸다.

카유보트는 야외 풍경화와 달리 도시의 근대적 모습을 묘사했다. 그림은 매우 선형적이다. 그는 넓은 붓터치보다는 고전주의 원근법의 선에 의존했다.
중앙의 녹색 가로등은 그림을 수직으로 가르고, 보도 블록의 길을 따라 수평으로 4등분한다. 여기서 파생된 대각선 구도는 넓은 대로와 세련된 건물을 역동적이고 깊숙하게 끌어낸다.

거리는 마치 카메라로 일상 장면을 포착한 듯하다. 그는 여러 달 동안 주의 깊게 인물을 화면에 배치했다. 마치 연극 연출가가 특정 장소를 정해 배우들을 배치한 것처럼, 오른쪽 실물 크기의 우산을 쓴 남녀가 그림의 출발점이다.
우산을 쓴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다. 차갑고 삭막한 도시에서 개인의 익명성을 비 내리는 거리로 표현했다.
비에 씻긴 듯한 말간 분위기의 담백한 주제는 정교한 표면 처리, 엄격한 원근법, 웅장한 규모와 어우러져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카유보트는 밝고 빛나는 인상주의 색채 대신 부드러운 색감을 선택했다. 파스텔톤 건물과 바닥의 따뜻한 색상에서 반사된 빛이 검은 우산과 어두운 옷에 스며든다. 비 오는 날의 어두운 분위기는 세련되고 차분한 색조와 함께 거리를 걷는 파리지앵의 매력을 강조한다.
1964년 시카고 미술관이 작품을 인수했으며, 2013년 복원과 세척으로 생동감과 빛이 되살아났다.

카유보트가 새롭게 변한 도시를 그린 10년 후, 쇠라는 파리 교외 <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를 묘사했다. 19세기 후반 파리는 빠르게 변했다. 도시 재개발은 교외 지역과 센강변에 큰 영향을 미쳤고, 산업화로 인구 이동이 늘며 여가 활동도 활발해졌다.

쇠라가 영감을 받은 그랑 자트 섬은 도시와 시골의 경계 지역으로, 산업과 여가 활동이 공존했다. 구불구불 흐르는 강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산업 자재 운송로이기도 했다.

쇠라는 맑게 갠 일요일 오후, 섬에서 휴일을 보내는 시민의 모습을 담았다. 그는 70여 점의 스케치를 한 뒤 2년간의 작업 끝에 대작을 완성했다.
순차적으로 배치한 40여 명의 인물과 배경은 수평, 수직, 대각선 구도로 화면에 깊이와 안정감을 준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뱃놀이를 즐기고, 나무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쇠라는 같은 장소에서 오랫동안 다양한 계층의 인물을 관찰한 후 그림에 옮겼다. 그는 인상주의가 빛의 순간적 인상을 포착하며 흐릿해진 형태를 보완하기 위해 색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했다.
전통적인 붓 터치 대신 점으로 색을 찍는 점묘법을 사용했다. 각 점은 독립적이지만, 멀리서 보면 색이 혼합되어 자연스러운 형태와 색채가 탄생한다.

휴일 오후를 그린 그림을 가까이서 보면 수많은 점의 집합이지만, 멀리서 보면 시각적 착시 효과로 생생한 이미지가 형성된다. 몽환적 분위기와 기하학적 고정 형태는 차갑고 고독한 근대 도시인의 모습을 비유한다.
점들이 모여 형태를 이루는 독특한 질감은 쇠라의 시간과 노력이 담긴 예술적 인내를 보여주는 명작이다. 그림은 1958년 뉴욕 현대 미술관으로 단 한 차례 외출했으며, 늘 관람객을 기다린다.

<이 아네스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