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5조 달러 부채한도 인상 전략, 민주당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지렛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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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fox new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서명한 대표 입법안에는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5조 달러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공화당이 향후 예산 협상에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협상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전통적인 정치적 벼랑 끝 전술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연방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기 위한 기한이 다가오면서, 공화당은 이 시점을 이용해 민주당이 정책 양보를 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국가 부도 또는 협상 중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게 될 수 있다.

연방 부채한도(debt ceiling)란 정부가 이미 승인된 예산 집행을 위해 차입할 수 있는 총금액에 대해 의회가 설정한 상한선이다. 이 한도는 사회보장연금 지급, 세금환급, 군인 급여와 같은 기존 의무지출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적용된다.

만약 재무부가 현금 부족 상태에서 부채한도를 인상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하향될 수 있으며, 금융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연방정부 디폴트 상황은 피하고자 하는 공통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부채한도 협상은 워싱턴 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협상 도구 중 하나로 여겨진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Heritage Foundatio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E.J. 안토니는 “이런 협상은 일반적으로 ‘부채한도 인상 대 지출 삭감’의 형태로 진행된다”며 “이를테면 부채한도를 1조 달러 올리는 대신 향후 10년간 1조 달러 지출을 줄이기로 합의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출 삭감의 내용은 어느 당이 권력을 잡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안토니는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DOGE(정부효율성부)’의 영향으로 인해 낭비, 부패, 사기, 중복 예산에 대한 감축이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경제정책 국장이자 정치경제학 석좌연구원인 마이클 스트레인도 이번 부채한도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부채한도 인상은 정부의 일상적 기능 중 하나이며, 이를 필수 입법안 안에 포함시킨 것은 전략적으로 영리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이 방식은 무익하고 해로운 정치적 대결을 피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인은 향후 양당 모두가 일정 수준의 양보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공화당이 부채한도를 조속히 해결하고 국가 디폴트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안토니는 향후에도 부채한도 협상이 대통령의 경제 아젠다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와 정치평론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협상을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는 반복적으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부채한도 인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재정 건전성 옹호자들은 “무절제한 정부 지출에 대한 책임 있는 논의가 또다시 뒤로 미뤄졌다”고 지적한다. 트럼프의 이 법안은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를 3조 달러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되며, 이미 총 부채는 37조 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지난 5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시켰으며, 그 이유로 폭증하는 부채를 지목했다.

자유주의 성향 싱크탱크인 케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예산정책 국장 로미나 보치아는 이번 5조 달러 부채한도 인상안을 “극단적인 재정 위선의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화당은 오랫동안 부채한도를 지출 감축의 지렛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인상안은 오히려 새로운 적자를 위한 거의 1:1 비율의 부채 확대”라며 “지출 삭감은 미미하고 그마저도 유예되어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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