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카드 추첨제’ 전격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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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격 사건 이후 이민 정책 재정비
이민 비자 제도 전면 재검토 신호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그린카드 추첨제’로 불리는 다양성 이민 비자 프로그램(Diversity Immigrant Visa Program, DV)을 전격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브라운대학교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의 용의자가 해당 제도를 통해 미국에 입국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내려졌다. 국토안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민 당국에 즉각적인 중단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방 이민서비스국(USCIS)에 다양성 이민 비자 프로그램의 일시 중단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노엄 장관은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포르투갈 국적의 클라우디오 마누엘 네베스 발렌테를 언급하며 “이 인물은 미국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네베스 발렌테는 지난 13일 브라운대학교에서 총격을 벌여 학생 2명을 숨지게 하고 9명을 다치게 했다. 이틀 뒤에는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라인의 한 아파트에서 MIT 교수를 총으로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이후 스스로 총을 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진술서에 따르면 네베스 발렌테는 2000년 학생 비자로 브라운대에서 수학했으며, 2001년 휴학 이후 2017년까지의 행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는 2017년 다양성 이민 비자를 발급받아 같은 해 합법적인 영주권자 신분을 취득했다.

다양성 이민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내 이민 비율이 낮은 국가 출신을 대상으로 매년 최대 5만 명에게 추첨 방식으로 그린카드를 제공하는 제도다. 미 의회가 도입했으며, 주로 아프리카 국가 출신 신청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5년 추첨에는 약 2천만 명이 지원했으며, 가족을 포함해 약 13만1천 명이 선정됐다. 이 가운데 포르투갈 국적자는 38명에 불과했다.

추첨에 당첨된 이들은 미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인터뷰를 거치고, 다른 영주권 신청자와 동일한 심사와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이번 조치는 의회가 도입한 제도를 행정부가 중단한 것이어서, 향후 법적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다양성 이민 비자 제도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으며, 이번 결정은 이민 정책 전반을 축소·강화하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규모 불법 체류자 추방을 추진하는 동시에, 합법 이민 경로 역시 제한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최근에는 출생 시민권을 둘러싼 소송에 대해 연방대법원이 심리에 착수한 상태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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