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암살 위협 편지”…멕시코 이민자 ‘조작 피해자’일 가능성

16
<사진-미 국토부가 공개한 편지 일부/ CNN>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DHS) 장관이 지난주 “불법체류 이민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협박 편지를 보냈다”며 체포 사실을 공개했지만, 연방 수사당국은 해당 이민자가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억울하게 연루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엄 장관은 5월 말 자신의 SNS에 “ICE 요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트럼프 대통령 암살을 위협한 불법 이민자가 체포됐다”며 체포된 남성의 사진과 편지 원문을 함께 공개했다. 이 내용은 여러 보수 매체를 통해 보도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불법 이민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근거로 확산됐다.

하지만 CNN이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법 집행기관은 편지 발송 혐의로 체포된 라몬 모랄레스 레예스(54)가 해당 협박문을 작성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레예스는 현재 위스콘신주의 한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 중이며, 트럼프 위협과 관련한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수사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레예스는 현재 강도 및 폭행 사건의 피해자로서 증언을 앞두고 있는 인물이다. 수사당국은 누군가 레예스를 협박자처럼 꾸며 국외로 추방되도록 유도하려 했고, 이로 인해 재판이 무산되기를 노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 수사관들은 레예스에게 필적 자료를 요청했고, 협박 편지의 필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또 수사팀은 해당 사건과 관련된 또 다른 인물의 교도소 내 통화 녹취를 확보, 편지가 배달된 주소를 언급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편지 내용에는 “이 대통령이 우리 멕시코인들을 괴롭히는 데 질렸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를 쏘기 전까지는 자진 출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밀워키 경찰청은 CNN에 “이 사건과 관련해 신원 도용 및 증인 협박 사건을 수사 중이며, 현재까지 형사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모랄레스는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최소 9차례 불법 입국했으며, 중범죄 도주, 재산 손괴, 가정폭력 동반 소란 등의 전과가 있다”고 보도자료에서 설명했으나, 그가 실제 편지 작성자인지는 확인을 피했다.

노엄 장관은 해당 게시물에서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가 대통령 암살을 암시한 지 불과 2주 만에 일어난 사건”이라며, “모든 정치인과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잇따른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미 전 국장은 폭력을 조장한 바 없다고 반박한 상태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관계자들을 향한 위협이 고조되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한 강제추방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고 CNN은 전했다.

<심영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