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일시 보류하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란은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중동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이란의 핵심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공습을 최소 5일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제시했던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나온 결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전쟁의 “완전하고 전면적인 해결”을 목표로 “생산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테헤란과 워싱턴 간 어떠한 대화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히며, 트럼프의 공습 연기는 “에너지 가격을 낮추고 군사 계획을 준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긴장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있는 점은 인정했다.
현재 4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번 충돌은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상승을 촉발하고, 글로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의 입장 변화로 대규모 확전 우려는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실제로 이 같은 발표 직후 이스라엘은 테헤란 중심부에 대한 추가 공습을 단행하며 군사 행동을 이어갔다.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군사 작전을 개시하면서 시작됐으며, 이란은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파티 비롤(Fatih Birol)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가 1970년대 오일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을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48시간 내 해협을 재개방하라고 요구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전력 시설을 폭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란은 걸프 지역 전력 시설과 담수 공급 시설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맞서며 강경 대응 의지를 보였다.
또한 미국이 해병대와 상륙강습함을 중동에 증파하자, 이란은 해안 침공 시 페르시아만 봉쇄 및 기뢰 설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 속에서도 이란은 최고지도자와 고위 인사들이 사망하는 피해를 입었음에도 항복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이 협상을 위해 미국에 접촉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무기 보유 금지를 포함한 15개 항목이 논의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전쟁도, 핵무기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같은 합의가 이스라엘에도 긍정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상에는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Steve Witkoff)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간 긴장 수위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확전과 긴장 완화는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며 “때로는 긴장 완화를 위해 확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확보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란의 핵심 원유 수출 거점인 카르그섬(Kharg Island)에 대해서도 병력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현재 이란의 해상 공격으로 해협 통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하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93센트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 원유 가격은 70% 이상 급등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외교적 해법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함께, 군사적 확대로 이어질 위험성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중동연구소(Middle East Institute)의 로스 해리슨(Ross Harrison) 선임연구원은 “이번 조치가 긴장 완화와 전쟁 종식을 위한 출구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도 “군사적 확장을 위한 시간 벌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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