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다그룹, 라이벌 베르사체 14억 달러에 전격 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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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프라다그룹이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를 약 14억 달러(12억5천만 유로)에 인수했다고 3일 밝혔다. 팬데믹 이후 뚜렷한 성장세를 회복하지 못한 베르사체가 프라다·미우미우와 같은 그룹 체제에 들어가며 재도약을 모색하게 됐다.

프라다에 따르면 규제 승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며 거래는 공식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룹 후계자인 로렌초 베르텔리가 베르사체의 새 전략을 총괄하게 된다. 그는 기존 경영진을 급격히 교체할 계획은 없다고 하면서도 “세계적 인지도에 비해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브랜드 잠재력을 강조했다.

베르사체는 올해 신임 디자이너 다리오 비탈레를 영입해 컬렉션 개편을 진행 중이다. 프라다는 그의 임명은 인수와 무관하며, 기존 작업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르사체는 2018년 카프리홀딩스가 20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최근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트렌드 확산 속에서 브랜드 이미지 재정립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카프리홀딩스 매출에서 베르사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였으며, 프라다그룹 편입 후 전체 매출 구성은 프라다 64%, 미우미우 22%, 베르사체 13%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다는 이미 베르사체를 그룹 내 이탈리아 제조망에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브랜드가 다르더라도 가죽 제작을 비롯한 핵심 기술은 동일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룹은 올해에만 공급망에 6천만 유로(약 6,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장인 양성 아카데미를 통해 숙련 인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