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F
Chicago
Thursday, February 26, 2026
Home 종합뉴스 교육 추상 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플록’

[홍성은의 명화여행]추상 표현주의의 대가 ‘잭슨 플록’

6
Jackson Pollock(1912-1956)

Jackson Pollock
1912-1956

잭슨 폴록은 미국 와이오밍주 출생으로, 노동자 가정에서 다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타지로 일을 하러 가고, 자유방임 육아 방식을 추구한 엄마 밑에서 형제들과 자유롭게 자랐다.

그가 18세 때 예술가가 되고자 하는 두 형을 따라 그도 예술가가 되기 위해 대책도 없이 뉴욕으로 진출한다. 그러나 그 시절 경제공황이 심했던 때라 삼형제는 혹독한 생활고를 겪게 되었고, 그때 잭슨 폴록은 우울증 및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20대 중반에는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으나, 30세 때 4년 연상의 여류 화가 리 크레스너와의 만남은 잭슨 폴록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녀는 잭슨을 위해 화가인 자신의 커리어를 중단하면서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를 하였지만, 그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 당시 몬드리안이 잭슨 폴록의 그림을 보고 미국이 주시해야 할 차세대 작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기억하고 있던 거부이자 전설적인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이 크레스너를 통해 폴록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폴록의 그림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고, 그는 그녀의 후원 덕에 오직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슬슬 화가로서 알려지기 시작할 때쯤 후원을 해주던 그녀는 베니스로 떠나게 된다.

그러다가 한스 나무트라는 사진작가가 온몸을 던져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잭슨 폴록의 모습을 우연히 사진에 담아 미디어를 통해 알리게 되면서, 유명세를 탄 그는 단숨에 유명한 화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의 작품이 미술사에서 중요시되는 이유는 독특한 작품 제작 방법에 있다. 잭슨 폴록은 그의 보이지 않는 추상의 세계를 독특한 조형 언어로 그려내는 데 성공한 작가이다. 뉴욕파라고도 불린 추상표현주의는 40년대에 뉴욕에서 출발했고, 50년대에 들어서 급속도로 발전을 이루었다. 이 운동은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존재는 아주 중요하다.

폴록은 드립 페인팅 기법을 통해 정리된 작품이 아닌 거미줄같이 엉켜버린 심리적 마음의 미로를 표현했다. 이전의 화가들과는 달리 폴록은 캔버스를 벽에 세우는 대신 바닥에 눕히고, 물감 통과 붓을 들고 캔버스 안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느끼는 마음속 무의식의 움직임에 따라 인간의 희로애락을 캔버스에 표현하였다. 캔버스에 물감을 떨어뜨리거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물감을 들이붓는 드리핑 기법의 대표적인 예이다.

추상표현주의를 이끌었던 그는 회화의 중심을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데 큰 견인차 역할을 한 주인공이다. 사실 그가 쓰는 미술 기법은 미술 심리치료에서도 남녀노소 상관없이 난화 기법으로 자주 사용되기도 한다.

폴록이 남긴 명언은 다음과 같다.
“그림에게는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 나는 단지 그림이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는 것뿐이다.”
“내가 그림 안에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작업을 끝낸 후에야 내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는 오로지 작업 활동의 몰입을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꼈고, 에너지가 고갈될 때까지 창작의 열정을 불태웠다. 3일 밤낮을 작업만 할 때도 있었다.

그와 그의 아내는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했는데, 폴록의 외도로 그녀는 유럽으로 떠났고, 얼마 되지 않아 폴록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녀는 급히 미국으로 돌아와 장례를 치르고 그의 그림을 모두 박물관에 판매하였다. 그녀는 또한 폴록을 위해 잠시 놓았던 붓을 다시 들고 작업에 몰입했을 뿐 아니라, 폴록과 크레스너라는 재단을 설립하고 도움이 필요한 젊은 화가들을 지원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75세로 생을 마감한다. 그녀는 남편 폴록을 묻은 그린리버 공동묘지 옆에 나란히 같이 묻혔다. 그때 재단의 자산은 2,800만 달러에 이르렀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희망의 빛으로 갈 수도 있고, 인생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잭슨 폴록의 삶을 통해서 다시금 느껴본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예술가들은 홀연히 이 땅을 떠나지만, 예술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누구에 의해 멈추지는 않는다. 예술은 현재 진행형이다.

홍성은 작가
시카고 한인 미술협회 회장
미술 심리치료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