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에 줄선 찰리 커크의 ‘마가 제국’…차기 대선후보 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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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포인트USA 행사에서 발언하는 JD밴스 부통령_[AF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커크 아내 “밴스를 대통령으로”…터닝포인트, 밴스 지지조직 물밑 구축
▶ ‘마가’ 분열과 공화당 일각 반대 등 난관도…밴스, 연설서 봉합 시도

지난 9월 암살당한 미국의 우파 활동가 고(故) 찰리 커크는 생전 JD 밴스 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는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이제 찰리 커크의 아내 에리카 커크가 남편이 이끌던 보수 청년 운동 조직 터닝포인트USA의 의장을 맡아 그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21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터닝포인트는 밴스 부통령의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 인프라를 물밑에서 구축하고 있다.

특히 대선 예비경선에서 중요한 첫 경선 지역인 아이오와주의 모든 99개 카운티에 대표자를 배치할 계획이다.

남편의 뒤를 이어 터닝포인트를 이끄는 에리카 커크는 밴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그를 차기 대선 주자로 띄우기 위한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전날 애리조나주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집회에서 “우리는 가능한 가장 큰 반향을 일으킬 방법으로 내 남편의 친구 JD 밴스를 제48대 대통령으로 선출되도록 할 것”이라며 말했다. 에리카 커크의 이 지지 선언은 현장에서 큰 환호를 받았다.

하루 뒤 이번 행사의 마지막 연설자로 나선 밴스 부통령은 최근 불거진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분열 조짐을 염두에 두면서 “나는 비난하거나 쫓아낼 보수 인사들의 명단을 들고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사랑한다면 이 운동에 여러분의 자리는 있다”며 “백인이든 흑인이든, 부자든 가난하든, 젊든 늙든, 농촌이든 도시든, 논란의 인물이든 조금 지루한 사람이든 혹은 그 중간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며 내부 분열 봉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작년 대선 승리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운 찰리 커크는 생전 밴스 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특히 2022년 오하이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밴스 부통령을 지지하면서 당시 사실상 무명이었던 밴스 부통령의 정치적인 부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밴스 부통령은 아직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밴스 부통령을 자신의 유력한 후계자로 언급해왔다.

여기에 거대한 단체로 성장한 터닝포인트의 막강한 조직력이 뒷받침되면 밴스 부통령으로서는 큰 경쟁력이 될 것으로 WSJ은 예상했다.

실제로 WSJ이 터닝포인트 행사 참가자 십수 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밴스 부통령이 차기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거나, 최소한 그를 대선 후보 선두주자로 봤다.

행사에는 인기 래퍼 니키 미나즈가 깜짝 등장해 밴스 부통령을 “젊은 남성들의 롤모델”이라고 찬사를 보내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나흘간 이어진 이번 터닝포인트 행사는 ‘마가’ 진영의 갈등도 적나라하게 노출하면서 밴스 부통령을 포함한 ‘포스트 트럼프’ 후보군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험난한 길도 예고했다.

반유대주의나 환경 규제 같은 논쟁적 사안을 둘러싼 이견에서부터 주요 보수 논객들 간 격렬한 경쟁과 갈등 양상까지 공개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화당 일각에서 밴스 부통령을 차기 대선 후보로 추대하는 분위기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공화당 소속 랜드 폴 상원의원은 밴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밴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전통적 가치인 작은 정부, 자유무역, 감세 기조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밴스 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 후계자로 보는 시각에 관한 질문에 “공화당에는 여전히 무역이 좋다고 믿는 사람들,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믿는 사람들, 낮은 세율을 믿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