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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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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가 ‘금값’… 한인들 “갈비 먹기 겁난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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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가격이 급등 속에 24일 LA 한인타운의 한 마켓에서 고객이 육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박상혁 기자]

정육코너 가격표 쇼크
▶ 1년새 15% 이상 치솟아
▶ “도매가도 20~30% 올라”
▶ 돼지고기 등 대체 수요

24일 낮 LA 한인타운의 한 마켓 정육 코너에 장을 보던 한인 여성 조모씨는 LA 갈비 한 팩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성장기 자녀들이 좋아하는 양념갈비를 해주고 싶지만, 4인 가족이 한 끼 ‘갈비 파티’를 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조씨는 “소고기 값이 너무 올라 금값 같다”며 “이제는 소고기 사먹기가 너무 부담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어바인에 사는 주부 이모씨도 집에서 먹는 바비큐용 고기를 돼지고기나 닭고기로 바꾼지 꽤 됐다고 밝혔다. 그는 “마켓 갈 때마다 소고기를 사려 했다가도 치솟을 가격표를 보고 닭고기나 돼지고기로 방향을 바꾼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미국 내 소고기 가격이 크게 올라가면서 한인들의 식탁 물가에도 충격파를 불러오고 있다. 식료품점 정육 코너의 가격표 쇼크에 소고기와 LA 갈비 먹기 힘들어졌다는 한인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고, 한인 구이집들에서도 소고기 메뉴 가격이 치솟은지 오래다.

24일 연방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광범위한 소고기 및 송아지 고기 카테고리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5%나 급등했다. 특히 다진 소고기는 2020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닭고기 가격이 단 1.1% 오르고 우유 가격이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소고기 가격의 물가 상승세는 유독 두드러진다.

실제 한인 마켓들의 정육 코너에 진열된 소고기 가격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LA 갈비는 파운드당 14.99달러, 찜갈비는 13.99달러에 판매되고 있었으며, 구이용으로 많이 찾는 살치살은 24.99달러, 치마살은 21.99달러, 늑간살은 29.99달러에 형성돼 있었다. 냉장 소등심 불고기감도 파운드당 20달러를 넘는 가격대를 보이고 있다.

요식업소들에 공급되는 도매 가격도 크게 올랐다. LA 한인타운의 한 식당 업주는 “프라임급 소고기와 갈비 도매가가 작년 대비 체감상 20~30%는 올랐다. 예전에는 고기값이 올라도 마진을 포기하며 버텼지만, 이제는 렌트비와 인건비까지 덩달아 올라 도저히 감당이 안 돼 부득이하게 다음 달부터 갈비와 불고기 메뉴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며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끊길까 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소고기 가격 급등의 핵심 원인은 복합적인 공급망 붕괴와 사육 비용 증가에 있다. 미국 내 육우 사육두수는 가뭄의 직격탄을 맞으며 1950년대 초반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고금리로 인한 장비 및 토지 임대료 등 생산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목장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외곽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패트릭 몽고메리에 따르면 5년 전 시장에서 200~500달러면 살 수 있었던 젖먹이 송아지 가격이 최근에는 최대 1,500달러까지 치솟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치명적인 기생충인 ‘신세계 나선충’이 재발하면서 미 당국은 멕시코산 살아있는 소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아르헨티나 등 남미산 수입 쿼터를 늘렸지만 주로 다진 소고기용으로 쓰여 전체적인 공급난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타이슨 푸드, 카길 등 대형 육가공 업체들조차 소고기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공장 폐쇄를 발표하는 실정이다.

소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 마켓 관계자는 “최근 한인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이 큰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더 많이 찾는 추세”라며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도 예전과 비교하면 적지 않게 올랐지만, 소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 대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소고기 가격 안정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 사육 산업의 특성상 암소를 교배해 송아지를 낳고 그 소가 자라 도축되어 소매점 매대에 오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홍용·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