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시리아에서 사업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에 뒷돈을 건넨 혐의로 프랑스 시멘트 제조업체 라파즈의 전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파리 형사법원은 13일(현지시간) 라파즈의 브뤼노 라퐁 전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이 회사 전직 임원 총 8명에게 테러 단체 자금 지원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법원은 라퐁 전 CEO에게 징역 6년형을 선고하고 곧바로 수감했고, 나머지 7명도 각 징역 1년6개월∼징역 7년형을 선고했다. 라파즈에도 벌금 상한선인 112만5천유로(약 19억여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프랑스에서 기업이 테러 자금 지원 혐의로 재판받은 첫 사례다.
재판부는 프랑스 기업이었던 라파즈가 2013∼2014년 유럽연합(EU)이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IS와 알카에다 계열의 알누스라전선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에 총 559만 유로(당시 환율 기준 78억여원)를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라파즈는 2008년 시리아 북부 잘라비야 시멘트 공장을 인수한 후 2010년 가동을 시작했다.
2011년 초 시리아 내전이 격화하면서 이곳이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단체들의 활동무대가 되자 라파즈는 공장 가동을 유지하기 위해 IS 등에 돈을 지급했다.
법원은 라파즈가 건넨 돈 중 80만 유로 이상은 직원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160만 유로는 IS가 장악한 채석장에서 원자재를 구매하는 데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재판장은 “테러 조직, 특히 IS를 대상으로 한 이런 자금 지원 방식은 테러 조직이 시리아의 천연자원을 장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이를 통해 해당 지역과 유럽 등 해외 테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라파즈가 이런 뒷돈 제공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IS와 실질적인 상업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꼬집었다.
재판 과정에서 라파즈의 전 경영진은 “우리는 손을 씻고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공장 직원들은 어떻게 됐겠느냐”며 “두 가지 나쁜 해결책, 즉 최악과 차악의 선택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며 재판 과정에서 선처를 호소한 라파즈의 전 경영진은 이번 1심 판결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라파즈는 지하디스트 단체에 수백만 유로를 지급했음에도 2014년 9월18일 IS의 진격에 직면해 결국 잘라비야 시멘트 공장을 철수했다. 그 이튿날 공장은 IS 손에 넘어갔다.
라파즈는 이듬해 7월 또 다른 세계적 시멘트 업체인 스위스 홀심과 합병해 세계 1위 시멘트 업체 라파즈홀심으로 출범했다.
라파즈는 이 사건 외에도 시리아 내 공장을 계속 가동한 방식과 관련해 반인도적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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