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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October 2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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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공짜 신문이라고, 공짜 기사라고 가볍게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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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한국일보

무료신문은 무더기로 가져가고 보도자료는 무조건 실어 달라…한인 언론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시카고 한인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한인 언론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광고는 줄고 제작비 부담은 커진다. 종이 한 장, 지면 한 칸을 아끼며 하루하루 신문을 만들어 내는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한인사회의 일부에서는 언론의 수고를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얼마 전 무료 일간신문을 여러 부씩 한꺼번에 가져가는 행태에 대해 독자들이 우려와 공감을 나타냈다. 무료로 배포한다고 해서 신문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종이값과 인쇄비, 배포 비용은 누군가 부담한다. 여러 사람이 읽도록 놓아둔 신문을 한 사람이 무더기로 가져가면 다른 독자는 읽을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공짜라는 이유로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닥치는 대로 가져가는 행동, 그것이 과연 상식에 맞는가. 무료라는 말이 공공의 배려까지 면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신문사에 글을 보내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자 투고나 단체 소식을 보내면서 게재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한인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활동과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지역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춤법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글을 보내고, 편집국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봐 주기를 기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내보내고 싶은 글이라면 최소한 읽고 다듬는 정성은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행사 보도자료를 보내는 방식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날짜와 장소, 참석자,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행사와 직접 관계없는 내용까지 장황하게 늘어놓고 사진을 수십 장씩 첨부하는 경우도 있다. 보내는 사람에게는 사진 한 장, 문장 한 줄이 모두 소중할 수 있다. 하지만 편집국에는 매일 처리해야 할 수많은 기사와 마감 시간이 있다. 보내는 것은 몇 분이면 끝날지 몰라도, 그 자료를 읽고 사실을 확인하고 지면에 맞게 줄이고 사진을 고르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 그 수고를 당연한 서비스처럼 여겨서는 곤란하다.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매달 열리는 정기 행사까지 매번 기사로 실어 달라는 요구다. 단체 입장에서는 회원들이 모이고 활동을 이어 간다는 사실 자체가 자랑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단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과 독자에게 뉴스 가치가 있는 일은 반드시 같지 않다. 매달 반복되는 행사라면 새롭게 알릴 내용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단체의 활동을 소개하는 것과 단체의 홍보물을 그대로 게재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일이다.

물론 언론도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 한인사회의 크고 작은 활동을 폭넓게 다루고, 규모가 작거나 홍보 여력이 부족한 단체에도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료를 보내는 사람에게 필요한 기준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언론의 역할을 존중한다는 것이 곧 언론의 모든 편집 부담을 외면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신문 지면은 공짜가 아니다. 광고주와 후원자의 지원으로 제작비를 충당하고, 제한된 지면에 독자에게 필요한 소식과 정보를 담는다. 모든 단체가 원하는 분량을 원하는 방식으로 실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보도자료는 핵심만 간결하게 정리하고, 사진은 대표적인 몇 장만 골라 보내는 것이 서로를 위한 예의다. 광고를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소규모 단체의 사정도 이해한다. 그렇다고 그 부담이 언론의 무상 홍보 의무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한인 언론은 한인사회와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한인사회가 언론을 필요로 하듯 언론도 독자와 단체의 관심, 협조와 신뢰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생은 한쪽이 계속 양보하고 다른 쪽은 요구만 하는 관계가 아니다. 신문을 한 부 더 가져가기 전에 다른 독자를 생각하고, 자료를 보내기 전에 편집국의 수고를 헤아리는 작은 배려가 공생의 출발점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서로 돕자는 말은 자주 나온다. 그렇다면 그 말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상대의 시간과 비용을 존중하고, 자신의 요구가 상대에게 어떤 부담이 되는지 생각하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한인 언론에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무료신문에는 필요한 만큼만 손을 뻗고, 기사 게재를 요청할 때는 최소한의 정성과 예의를 갖추자는 것이다.

언론을 존중하는 일은 거창한 후원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공짜라는 이유로 가치를 깎아내리지 않는 것, 내 단체의 소식만큼 다른 단체의 형평성도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남의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시카고 한인사회가 언론과 함께 살아가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언론에 무엇을 더 해 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은 어떤 배려를 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볼 때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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