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서 이례적 조기 확산
▶ 시애틀 아동병원 환자 작년 같은 기간의 15배
▶ “백신 효과까지 2주… 기다리지 말고 접종해야”
미 서부 일부 지역에서 독감이 이례적으로 일찍 확산하면서 의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철이 통상 시작되는 초겨울에나 볼 수 있는 수준의 환자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시애틀 아동병원 의료 시스템 전체에서는 지난 2주 동안 약 150명의 어린이가 인플루엔자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는 통상 12월 초가 돼야 나타나는 수준이다. 이에 비해 지난해 가을 같은 기간에는 약 10건의 독감 사례가 발생했다고 이 병원 소아감염병과를 이끄는 대니엘 저 박사는 밝혔다. 독감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비율 역시 급격히 상승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빠른 독감에 서부 비상
독감 시즌은 일반적으로 10월1일께 시작되는 것으로 간주되며, 의료진은 통상 10월 말까지 독감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9월부터 나타난 독감 확산세가 심각한 독감 시즌의 전조인지, 아니면 곧 잦아들 수 있는 이례적인 일시적 급증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역학 전문가와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기다리지 말고 예년보다 일찍 예방접종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저 박사는 “약 두 달이나 일찍 시작된 셈이다. 사람들이 아직 예방접종을 서둘러 받지 않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다”며 “현재 독감이 확산하는 상황을 보면 2주 전, 아니 그보다 조금 더 일찍 백신을 맞았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저 박사에 따르면 시애틀 아동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증가는 독감만큼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코로나19는 독감보다 계절적인 예측이 어렵고 연중 여러 시점에 전파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미 서부 전역에서는 독감이 이례적으로 일찍 확산하고 있다는 또 다른 징후들도 나타나고 있다. 남부 네바다 보건당국은 지난주 이번 시즌 첫 독감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기저질환을 가진 50대 남성이었다. 워싱턴주뿐 아니라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하와이에서도 실험실 독감 검사 가운데 양성 판정이 나오는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유행 가능성이 높은 병원체를 추적해 의료진과 공중보건 종사자들을 위한 주간 뉴스레터 ‘FOI 클리니컬’을 발행하는 역학자 케이틀린 리버스는 “특히 서부 지역에서는 환자들에게 시즌 후반까지 기다리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예방접종을 받도록 권고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 조기 유행 원인은
과학자들은 독감이 이처럼 일찍 증가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아직 알지 못한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국적인 독감 활동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보건당국은 일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상만을 토대로 광범위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당국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인플루엔자 활동이 증가하는 현상과 올해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의 변화 등을 주시하고 있다. 국제여행 증가 역시 바이러스가 국가 간에 빠르게 이동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CDC는 매년 독감 시즌의 심각성을 세 가지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독감 유사 증상으로 의사 진료실과 클리닉을 방문한 환자 수, 독감 관련 입원 환자 수, 독감 사망자 수다. CDC는 이번 독감 시즌이 전체적으로는 ‘중간 정도’의 심각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시즌 초반인 만큼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시즌은 모든 연령대를 종합하면 중간 수준으로 평가됐지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심각도가 ‘매우 높음’으로 분류됐다.
9월30일 현재 CDC 산하 예측·유행분석센터는 미 48개 주에서 인플루엔자 감염이 증가하고 있거나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1개 주에서는 감소 또는 감소할 가능성이 높았고, 나머지 1개 주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감 시즌은 해마다 시작 시점과 심각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떤 바이러스 유형이 유행하느냐, 과거 감염을 통해 사람들이 어느 정도 면역력을 갖고 있느냐, 그리고 그해 백신이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얼마나 잘 일치하느냐 등이 영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H3N2 바이러스가 주도하는 독감 시즌은 특히 고령층에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올가을 워싱턴주의 초기 감시 결과에서는 H1N1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대 감염병학 교수 헬렌 추는 이 같은 바이러스 유형의 변화가 독감이 올해 유난히 일찍 확산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에는 H3N2가 우세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H1N1에 대해서는 최근 형성된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조기 확산을 일으키고 있는지, 또 앞으로 수개월 동안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전미감염병재단의 의료 책임자이자 리틀록에서 활동하는 감염병 전문의 로버트 홉킨스는 독감 시즌은 해마다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기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홉킨스는 올가을 독감 환자가 평년보다 다소 많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극적인 증가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까지 자신이 있는 지역에서는 독감보다 코로나19 환자가 더 많다고 말했다.
■ 호흡기 바이러스 동시 유행
전국적으로는 여름철 코로나19 유행이 정점을 지나 안정되거나 감소하는 것으로 보이며 입원 환자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로 가을과 겨울에 유행하는 독감과 달리 코로나19는 연중 계속 확산하며 여름과 겨울 모두 반복적으로 유행의 파동을 만들어왔다.
코로나19 전파 상황도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9월30일 현재 CDC는 19개 주에서 감염이 증가하고, 8개 주에서는 감소하며, 23개 주에서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수 감시 자료에서는 서부 일부 지역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뉴욕시와 주변 카운티를 포함한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도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전국적으로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다른 지역보다 RSV 활동이 일찍 시작되는 경우가 많은 플로리다에서는 5세 미만 어린이들의 RSV 관련 응급실 방문과 입원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애틀 아동병원의 의료진에게 올해 독감의 시기는 명백히 이례적이다. 9월에는 통상 이런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다. 시애틀 아동병원의 저 박사는 “올해 독감이 너무 일찍 찾아왔기 때문에 평소라면 예방접종을 받았을 사람들이 아직 접종할 기회가 없었거나 접종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더해 백신 접종을 망설이거나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 백신 접종 서둘러야
2026-27 시즌 독감 백신은 이미 광범위하게 공급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과 같은 일부 다른 백신에 비해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효과가 낮다. CDC에 따르면 MMR 백신은 2회 접종했을 경우 약 97%의 홍역 예방 효과를 보인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독감 백신은 질병의 중증도를 낮추고 입원과 사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4-25년 독감 시즌은 특히 혹독했다. CDC는 당시 독감 관련 환자가 5,100만명, 사망자가 4만5,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소아 사망자는 298명이었다. CDC는 2023년 독감 예방접종이 감염 위험을 낮춰준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Wild to Mild’라는 이름의 독감 백신 홍보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러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연방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초 CDC에 해당 광고 캠페인의 홍보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예년과 달리 CDC는 미 서부 일부 지역에서 독감이 이례적으로 일찍 확산하고 있음에도 올가을 미국인들에게 독감 예방접종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시작하지 않았다.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보호 효과가 형성되기까지는 약 2주가 걸린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 6년 동안 최소 24차례에 걸쳐 독감 백신을 폄하하거나 자신의 목소리 질환과 독감 백신을 연관 짓는 발언을 했다. 올해 초 연방정부는 입장을 바꿔 소아 예방접종 일정을 전면 개편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정기적인 독감 예방접종을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접종 지침을 수정했다.
그러나 케네디 장관 체제에서 이뤄진 다른 백신 정책 변경과 함께 이 조치는 지난 3월 연방법원의 결정으로 시행이 보류됐다. 현재 CDC의 인플루엔자 웹사이트는 생후 6개월 이상 거의 모든 사람에게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9월이나 10월에 접종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By Lena H. S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