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임시정부, 비상사태 선포…소총 무장한 복면 민병대 활동
NYT “미국, 베네수 인권 문제에 침묵…석유 확보·마약 차단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에 전격 체포돼 미국에 압송된 후에도 베네수엘라 내부의 통제와 탄압은 오히려 한층 더 심해졌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감시·탄압 기구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으며,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환영하는 시민들을 색출하기 위한 ‘백색 테러’ 수준의 검열이 자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보안군은 지난 3일 마두로 대통령 압송 이후 도심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대중교통 버스에 난입해 승객들의 휴대전화를 무작위로 뒤지고 있다.
현지 인권단체 ‘휴먼 칼레이도스코프’의 가브리엘라 부아다 대표는 “보안군이 시민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왓츠앱 메신저를 열고 ‘침공’, ‘마두로’, ‘트럼프’ 같은 키워드를 검색한다”며 “채팅창에서 마두로의 체포를 축하하거나 반기는 내용이 발견되면 즉시 연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 술리아주에서는 56세의 한 채소 상인이 마두로 대통령 체포 소식을 듣고 “이제 감옥에서 춤이나 춰라”고 환호했다가 이틀 뒤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석방을 위해 경찰에 1천달러(약 145만원)와 과일, 채소 꾸러미를 뇌물로 바쳐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마두로 대통령 지지 세력의 시민 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정작 그를 축출한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 인권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현재 베네수엘라의 실권은 마두로 정권의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 대통령 권한대행이 쥐고 있다.
로드리게스 권한대행은 공개적으로는 미국의 급습을 비난하고 마두로 대통령 석방을 요구하면서도 물밑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 행정부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 회복이나 인권 개선보다는 석유 확보와 마약 밀매 차단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범 석방이나 망명 정치인 귀국 문제와 관련해 “아직 그 단계까지 가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석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문으로 악명이 높은 정치범 수용소 ‘엘 엘리코이데’가 폐쇄됐다고 언급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이 수용소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의 묵인 속에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는 ’90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조치로 보안군은 미국의 공격을 지지하는 것으로 의심하는 누구든 즉시 수색하고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거리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복면 민병대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일 로드리게스 권한대행 취임식 현장에서는 취재 중이던 기자 14명이 구금됐으며, 서부 지역에서는 공중에 총을 쏘며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축하하던 노부부가 체포되기도 했다.
이 같은 탄압은 베네수엘라에서 낯선 일은 아니지만, 미국의 직접적인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통제가 오히려 강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마두로 정권에 반대해온 시민이 대다수였음에도 체포 이후 공개적인 축하 분위기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오히려 전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대규모 친정부 시위에는 마두로 정권의 실세인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이 등장했다.
카베요 장관은 무장한 보안군을 대동한 채 “영원히 충성! 배신자는 없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지지층을 결집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