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방하원 법안 발의 주목
▶ 건설·간호·제조업 등 포함
▶ 20년 근무하면 조기 수령
▶이민 단속에 노동력 부족
미국에서 건설·지붕공사·간호·제조업 등 신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 60세부터 소셜시큐리티(사회보장) 은퇴연금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연방 하원에 발의됐다.
고령의 육체노동자에게 일반 근로자와 다른 은퇴 기준을 적용하자는 내용을 연방 차원에서 구체적인 법안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헤일리 스티븐스 하원의원(민주·미시건)은 지난 24일 ‘블루칼라 사회보장 형평성 법안’(Blue Collar Social Security Fairness Act)을 공개했다. 법안은 신체적으로 부담이 큰 직종에서 일정 기간 일한 근로자에게 60세부터 정상 은퇴연령에 해당하는 100%의 소셜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소셜연금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조기 신청하면 연금액이 줄어든다. 1960년 이후 출생자의 정상 은퇴연령은 67세이며, 62세에 신청하면 정상 은퇴연령 기준 연금보다 최대 30% 적게 받는다. 반대로 67세 이후 신청을 70세까지 늦추면 연금액이 최대 24% 늘어난다. 이번 법안은 이 같은 연령 기준을 육체노동자에게 별도로 적용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하원 또는 하원과 상원 모두 차지하는 등 승리를 확신하면서 이같은 친 노동자 법안이 상정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연방 하원에는 주당 표준 근로시간을 현행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는 ‘주 32시간 근무제 법안’이 상정됐다. <본보 9월 24일 경제섹션 보도>
법안의 대상에는 건설, 지붕 시공, 간호, 제조업 등이 포함된다. 구체적인 대상 직종은 사회보장국(SSA)이 정하고 3년마다 직종 목록을 갱신하도록 했다.
평생 육체노동에만 종사해야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법안은 근무 연령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점수제를 도입했다. 구체적으로 ▲18~34세: 육체노동 1년당 0.5점 ▲35~44세: 1점 ▲45~54세: 1.5점 ▲55세 이후: 1년당 2점 부여 등이다. 총 15점 이상을 얻거나 육체적으로 힘든 직종에서 누적 20년을 근무하면 60세부터 전액 연금 대상이 되는 방식이다.
스티븐스 의원은 육체노동자들이 신체적 부담 때문에 67세까지 계속 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법안 발의 배경으로 들었다. 또 숙련기술 및 노동집약적인 직종에 인력을 유입시키는 하나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이 나온 시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에서는 한동안 기술·금융·정보·전문직 등 화이트칼라 분야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해고가 이어진 반면, 건설과 제조, 의료, 요식·서비스업 등에서는 상당한 인력 수요가 유지돼 왔다.
반면 건설업에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현상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건설업 구인 규모는 32만6,000개로 거의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따라서 이번 법안은 단순히 은퇴연령을 낮추는 문제를 넘어, 경제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육체노동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고 고령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라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현재 제도에서는 같은 나이의 근로자라면 어떤 직업에서 일했는지와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같은 은퇴연령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육체적으로 힘든 직업은 나이가 들수록 동일한 업무를 계속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 논리다.
특히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다. 사무직에서는 팬데믹 이후 과잉채용 조정과 AI·업무 자동화 등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반면, 건설·숙련기술·요식·서비스 등에서는 인력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이민단속 강화까지 겹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현장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조환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