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를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 열린 일리노이 주지사 후보 간의 유일한 맞토론회가 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현 주지사와 공화당 대항마 대런 베일리 전 주법원 의원이 1시간 동안 벌인 설전은 4년 전 선거구도의 지루한 재판(再版)이자, 정책적 대안 없는 비난전에 그쳤다는 냉혹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억만장자 재력가인 프리츠커 주지사는 재선 구도에서 공화당 내 상대적으로 극단적 성향을 띠어 상대하기 쉬운 베일리 후보를 수월한 경쟁자로 삼아 유세 비용을 쏟아부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차기 주정부의 명확한 정책 이정표를 제시하기보다는, 기득권을 쥔 재선 주지사의 현상 유지 전략과 열세에 몰린 야당 후보의 자극적인 반발이 충돌하는 무대에 불과했다.
토론에서는 시카고 베어스 구단의 타주 이전 우려, SAFE-T법(사법개혁법), 부동산세, 데이터센터, 1년 전 논란이 되었던 ‘미드웨이 작전’ 이민 단속 등 주요 현안이 다뤄졌다. 그러나 양측 모두 유권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시카고 베어스의 타주 이전 문제에 대해 프리츠커 주지사는 “납세자의 부담 없이 11월까지 타협점을 찾겠다”는 모호한 원론만 되풀이했고, 베일리 후보는 “이미 인디애나주로의 이전이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며 근거 없는 비판과 비관론만 쏟아냈다. 정작 공화당이 주정부를 맡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구체적인 비전은 전무했다.
이민 단속 문제에서도 베일리 후보는 현장의 불안과 갈등을 통찰하지 못한 채 정쟁거리로 삼았고, 프리츠커 주지사 역시 치밀한 정책적 평가보다는 도덕적 우위를 강조하는 수사로 일관했다. 전 일리노이 공화당 의장 팻 브래디가 지적했듯, 베일리 후보는 주지사를 흔들 바이럴 영상 자극 요소만 노렸을 뿐 실체 있는 정책 대안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프리츠커 주지사 또한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방어적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이번 토론회는 ‘사실 대 허구’라는 기치 아래 치러졌지만, 실상은 주지사의 독주 구도와 야당의 무기력함을 확인시킨 또 하나의 정쟁 행사였을 뿐이다. 비전이 상실된 채 인신공격과 비판으로 점철된 이번 토론회는, 주정부의 정책 공백 속에서 실질적인 대책을 원했던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큰 아쉬움과 과제를 남겼다.
<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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