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과일·채소·통곡물·콩·견과류 등 섭취 도움
▶ 섬유질 풍부할수록 깊은 수면·렘수면 증가
▶ 야간 심박수 낮추고 회복 효과도 높여
▶ “동물성 끊기보다 식물성으로 풍성하게”
오늘 밤 더 잘 자고 싶은가?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오일처럼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충분히 먹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이는 학술지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의 주요 결론 가운데 하나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낮 동안 먹은 음식이 밤의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수천 명의 참가자를 수년에 걸쳐 면밀히 추적하면서 이들의 식단을 분석하고 건강과 수면 습관의 여러 측면을 자세히 살펴봤다.
연구진은 섬유질과 기타 영양소가 풍부한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수면의 여러 측면을 개선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저녁 식사를 많이 하는 것이 밤에 약간 더 오래 자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렇게 늘어난 수면이 반드시 가장 회복 효과가 높은 수면은 아닐 가능성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식물성 식품이 풍부한 식단이 일종의 천연 수면 보조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점점 더 많은 연구 결과에 힘을 보탠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영양의학 교수이자 수면·일주기 연구 우수센터의 마리-피에르 생통주 소장은 이번 연구가 “잘 수행됐다”며, 더 나은 수면을 원하는 사람들은 “섬유질과 식물성 영양소가 풍부한 식물성 식품을 우선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 먹는 음식이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음식은 수면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카페인이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밤새 뒤척일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과학자들은 특정 음식과 식사 패턴이 더 빨리 잠들고 더 깊이 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새롭게 축적되고 있는 연구 결과의 대부분은 단백질과 섬유질, 과일, 채소를 비교적 많이 섭취하고 포화지방과 첨가당을 적게 섭취하는 식단을 따르면 밤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식사 방식은 대체로 지중해식 식단과 일치한다. 생통주와 동료 연구진은 대규모 관찰 연구를 통해 지중해식 식단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일수록 밤에 더 오래 자고 불면증 증상도 덜 겪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이 사람들에게 무엇을 먹을지 지시한 뒤 수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는 무작위 대조시험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러나 규모는 작지만 엄격하게 진행된 연구에서는 과일과 채소를 비롯한 식물성 식품을 통해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도록 했을 때 깊고 회복 효과가 높은 수면을 더 많이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최신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하루 동안 섭취하는 다양한 음식이 그날 밤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참가자들은 ‘인간 표현형 프로젝트’로 알려진 장기 디지털 건강 연구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이 프로젝트에는 지금까지 2만8,000명이 등록했다.
연구를 수행한 과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참가자들의 병력과 식습관, 생활습관 등 방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또한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 혈당 수치를 추적하고 유전적 특성과 장내 미생물군을 분석했으며, 수면 추적 장치를 이용해 수면 상태도 관찰했다.
■ 식물성 식단이 수면에 미치는 영향
연구진은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량에서부터 식사 시간, 하루 칼로리 섭취량, 식물성 식품 섭취량에 이르기까지 총 32가지 식이 요인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이 가운데 7가지 요인이 밤 수면의 한 가지 이상의 측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 동안 섬유질 밀도가 높은 식단을 섭취하는 것은 깊은 수면을 포함해 회복 효과가 높은 수면을 더 많이 취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새로운 기억이 굳어지고 생생한 꿈을 꾸게 되는 수면 단계인 렘(REM·급속안구운동) 수면이 늘어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진은 더 다양한 종류의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 특히 콩과 렌틸콩, 견과류, 과일, 채소처럼 가공을 최소화한 식품을 많이 먹는 것 모두 밤 시간대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낮은 야간 심박수는 건강한 휴식과 회복을 보여주는 지표다.
연구진은 또한 ‘식이 파이토케미컬 지수’를 살펴봤다. 이는 한 사람의 식단에서 섭취하는 전체 칼로리 가운데 베타카로틴과 라이코펜, 레스베라트롤처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식품에서 얻는 칼로리의 비율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러한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에서 얻어지는 항산화 물질과 기타 천연 화합물로, 염증을 억제하고 질병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준다.
과학자들은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들이 밤에 깊은 수면을 더 많이 취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렘수면을 더 많이 취했고, 야간 심박수는 더 낮았으며, 얕은 수면의 비율도 감소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이자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인공지능대학 하가이 로스먼 교수는 “섬유질과 식물성 식품 중심의 식단은 수면 구조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의미 있는 발견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상당히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제 우리는 대규모의 일상생활 인구집단에서도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가지 특이한 연구 결과는 저녁 식사를 많이 하는 것이 수면 시간을 약간 늘리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는 점이다. 많은 수면 전문가들은 위산 역류와 속쓰림, 수면 방해를 피하기 위해 저녁 식사를 가볍게 하라고 권고한다. 연구진은 저녁 식사를 많이 하는 것이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과 관련이 있기는 했지만, 야간 심박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수면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생통주 소장은 “잠자리에 들기 직전만 아니라면 저녁 식사를 많이 하는 것이 수면 시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며, 오히려 더 오래 자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시간에 배가 고프면 더 일찍 잠에서 깰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야간 심박수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이렇게 늘어난 수면이 그만큼 회복 효과가 높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숙면을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하나
결국 이번 새로운 연구는 식물성 식단이 더 나은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기존의 연구 결과에 힘을 보탠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생통주는 과일과 채소에는 뇌의 GABA 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는 화합물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뇌와 신경계에 진정 효과를 줄 수 있어 밤에 더 쉽게 잠들도록 해준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먹는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이 다를 가능성도 있다. 이 장내 미생물군이 수면 촉진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신호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단쇄지방산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생통주 소장은 2025년 ‘더 잘 먹고, 더 잘 자라(Eat Better, Sleep Better)’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식단이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단백질과 섬유질, 트립토판, 멜라토닌, 세로토닌 등 수면을 촉진하는 영양소를 최적의 수준으로 섭취하기 위해 하루 동안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생통주 소장은 책에서 아침 식사로 연어와 염소치즈, 시금치를 넣은 키슈 또는 뮤즐리를 곁들인 플레인 요거트 등을 권한다. 점심으로는 칠면조 고기와 검은콩을 넣은 부리토 볼이나 참치와 병아리콩, 참깨·생강 비네그레트를 곁들인 샐러드를 제안한다. 저녁 식사로는 신선한 샐러드를 곁들인 마늘 새우 요리나 버터넛 스쿼시, 호두, 파르메산 치즈, 오븐에 구운 브로콜리를 곁들인 병아리콩 파스타 같은 식사를 권한다.
핵심은 모든 동물성 식품을 끊는 것이 아니라 식탁을 식물성 식품으로 풍성하게 채우는 것이다. 다음은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의 몇 가지 추가 사례다.
▲현미, 퀴노아, 롤드 오트 같은 통곡물 ▲검은콩, 렌틸콩, 병아리콩 같은 콩류 ▲사과, 베리류, 바나나 같은 과일 ▲시금치, 브로콜리, 양배추 같은 채소 ▲호두, 피칸, 호박씨 같은 견과류와 씨앗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가? 아래의 요리법을 시도해보자.
▲스파나코피타 빈(Spanakopita Beans) ▲라즈베리 아몬드 치아 푸딩 파르페(Raspberry Almond Chia Pudding Parfaits) ▲자타르 연어와 구운 브로콜리니(Za’atar Salmon With Charred Broccolini) ▲저온으로 천천히 익힌 연어(Slow-Cooked Salmon) ▲흰콩 퓌레를 곁들인 구운 콜리플라워(Roasted Cauliflower With White Bean Puree) ▲닭고기·브로콜리·현미 캐서롤(Chicken, Broccoli and Brown Rice Casserole) ▲프렌치 렌틸 샐러드(French Lentil Salad) ▲구운 감자 웨지를 곁들인 렌틸 샐러드(Lentil Salad With Roasted Potato Wedges) ▲렌틸·채소 수프(Lentil and Vegetable Soup) ▲마늘 풍미의 시금치·병아리콩 수프(Garlicky Spinach and Chickpea Soup) ▲시금치·토마토·병아리콩 커리(Spinach, Tomato and Chickpea Curry).
<By Anahad O’Conn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