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개 업체 중 58곳 위생 적발800파운드 이상 음식 폐기… 롤라팔루자 등 사설 행사는 위생 검사 부재
시카고를 대표하는 야외 먹거리 축제 ‘테이스트 오브 시카고(Taste of Chicago)’에 참여한 음식점 상당수가 위생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폭염 속에서 적정 보관 온도를 지키지 않아 대량의 음식이 폐기된 것은 물론, 참가 신청 단계부터 시 당국의 위생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지역 공영라디오가 정보공개청구(FOIA)를 통해 시카고 보건부(CDPH)와 문화예술·특수행사부(DCASE)의 2026년 축제 관련 현장 점검 기록 및 신청서 수천 장을 공동 분석한 결과, 충격적이게도 행사에 참여한 전체 81개 업체 중 72%에 달하는 58개 업체가 위생 법규 위반으로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5일간의 축제 기간 동안 보건 당국 점검관들이 적발한 위생 위반 사례는 총 164건에 달했다. 5개 이상의 위반 항목이 적발된 업체도 10곳이나 됐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중독균 번식과 직결되는 ‘음식 보관 온도 불량’이었다. 전체 위반 건수의 절반이 넘는 82건이 부적절한 온도 보관과 관련된 건이었으며, 냉동·냉장 설비 고장 및 관리 부실도 7건 적발됐다.
실제로 축제 첫날 한 유명 치킨 푸드트럭에서는 조리된 닭고기가 부적정 온도에 방치돼 약 210파운드의 음식이 현장에서 즉시 폐기됐다. 축제 기간 동안 온도 관리 미비로 버려진 음식만 최소 800파운드(약 360kg)에 이른다. 이 밖에도 덤불 속에서 음식을 조리하거나, 관목 옆 접이식 테이블에서 새우 만두를 빚는 행위, 하수구 백업 및 쓰레기 방치 등 황당한 위반 사례들이 현장 점검표에 기록됐다.
참가 신청 과정의 부실 검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 규정에 따르면 축제 참가 업체는 신청일 기준 6개월 이내에 오프라인 매장이나 푸드트럭에 대한 위생 점검을 통과한 기록을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분석 결과, 전체 81개 업체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35개 업체(43%)만이 이 기준을 충족했다. 나머지는 오래된 점검 기록을 제출했거나 위반 사항이 남아있는 ‘조건부 통과’ 상태로 참가 승인을 받았다.
심지어 신청서를 제출한 뒤 축제 개막 전 오프라인 매장 점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업체도 9곳에 달했다. 한 레스토랑은 축제 2주 전 매장 뒤편 창고와 냉동고 주변에서 쥐 똥 35개가 발견돼 위생 점검에서 탈락했으나, 재검사를 거쳐 축제에 참가한 뒤 현장에서 온도 관리 부실로 95파운드의 음식을 폐기처분하기도 했다. 한 푸드트럭 역시 쥐 똥 적발 및 폐수 유출로 점검에 실패했음에도 축제에 참여해 위생 자격증 소지자 미배치 등으로 5 차례나 적발된 끝에 당일 영업 중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실태 조사는 미국 전역이 사이클로스포라(Cyclospora) 식중독 감염병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나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식중독 전문가들은 살모넬라, 대장균, 리스테리아 등 식중독균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부적절한 온도 관리를 지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시가 주관하는 행사 외에 민간 대형 행사에 대한 위생 감시 공백도 드러났다. 시 보건부 관계자는 하루 10만 명 이상이 몰리는 ‘롤라팔루자(Lollapalooza)’나 ‘라이엇 페스트(Riot Fest)’ 같은 사설 대형 행사는 공공 부지에서 열림에도 불구하고 시 보건 당국의 현장 위생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밝혔다. 행사를 주관하는 민간 기획사에 위생 관리를 맡겨두고 있어 시민들의 먹거리 안전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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