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 F
Chicago
Monday, October 12, 2026
Home 종합뉴스 주요뉴스 “통신탑 없이 휴대폰 연결”… 머스크, 이동통신 시장 진출 도전

“통신탑 없이 휴대폰 연결”… 머스크, 이동통신 시장 진출 도전

4
호손의 스페이스X 사옥 모습. [로이터]

▶ 스페이스X, 80억불 투자
▶ 미 전역 주파수면허 인수
▶ 벽·나무 뚫는 저대역 확보
▶ 버라이즌·AT&T 위협하나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약 8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기존 통신사의 기지국 대신 우주에 띄운 위성으로 일반 휴대폰에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건물 내부와 통신 음영지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저대역 주파수를 확보하면서 버라이즌과 AT&T, T모바일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10일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통신 인프라 전문 사모펀드 그레인 매니지먼트가 보유한 미국 전역의 8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 면허를 인수하기로 했다. 양사는 거래 금액을 공식 공개하지 않았지만 WSJ은 인수 금액이 현금 약 8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려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인수 대상은 800MHz 대역에서 최대 14MHz 폭의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는 면허다. 지역별로 실제 사용 가능한 주파수 폭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 면허가 미국 인구의 거의 100%를 포괄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스페이스X가 이 주파수에 주목한 이유는 전파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스페이스X의 위성 이동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 모바일’은 2기가헤르츠(GHz) 중대역 주파수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중대역은 비교적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지만 건물이나 나무, 지형지물 등에 가로막히면 신호가 약해지는 한계가 있다.

반면 800MHz 저대역 주파수는 전파가 상대적으로 멀리 전달되고 벽이나 나무 같은 장애물을 비교적 잘 통과한다.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심이나 실내, 산간지역 등에서 통신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다만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용량은 중대역이나 고대역보다 적다.

스페이스X는 이번 인수로 위성통신과 지상 이동통신망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통신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우주에 있는 위성이 휴대폰과 직접 연결되는 동시에 건물 내부 등 위성 신호가 닿기 어려운 곳에서는 지상 통신시설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스페이스X는 이번 주파수 인수 발표에서 저대역 확보가 미국의 주요 이동통신 사업자로 도약하기 위해 남아 있던 핵심 기술적 과제 가운데 하나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 역시 이번 거래를 전국적인 휴대폰 통신망 구축을 위한 중요한 마지막 단계로 평가했다.

특히 기존 스마트폰 상당수가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 대역을 이미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새로운 위성통신 전용 휴대폰을 구입하지 않고 일반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이미 위성에서 일반 휴대폰으로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미국에서는 T모바일과 제휴해 지상 기지국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 위성통신으로 연결을 보완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파수 인수는 기존 통신사와의 협력을 넘어 직접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지금까지 스타링크가 기존 이동통신망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완적 서비스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독자적인 통신망과 가입자를 확보하는 사업자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앞서 에코스타로부터 약 170억 달러에 미국 전역의 2GHz 중대역 주파수 면허를 인수하는 거래도 추진했다. 이번 800MHz 저대역 확보까지 더하면 넓은 지역을 포괄하는 통신망과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결합할 수 있는 주파수 기반을 갖추게 된다.

위성망 확대도 속도를 내고 있다. FCC는 이번 주 스페이스X가 차세대 스타링크 모바일 위성 최대 1만5,000기를 배치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차세대 위성은 기존 직접통신 위성보다 100배 이상 많은 통신 용량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현재 운영 중인 직접통신 위성은 약 650기이며, 차세대 위성 서비스는 2027년 말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의 움직임을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수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 주가는 각각 6% 이상 하락했다. 9일 정규 거래에서도 주요 통신사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당장 미국의 이동통신 3강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파수 면허를 확보했다고 해서 전국적인 이동통신망이 자동으로 구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 전문매체 아르스 테크니카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FCC에 제출한 자료에서 통신탑과 건물 옥상, 기타 시설물에 안테나와 무선 송수신 장비를 설치하는 지상 통신망 구축 계획을 제시했다. 결국 ‘통신탑 없는 휴대폰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안정적인 전국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존 지상 통신시설도 상당 부분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