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교육 현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 중 하나는 학생들의 기초 학업 성취도 하락이다. 지난 10년간 읽기와 수학에서 나타난 하락세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 중심의 디지털 환경은 학생들이 긴 글을 읽고 한 가지 문제에 오래 집중하는 능력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교실에서는 누적된 학습 결손을 개별적으로 찾아 보완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성취도가 떨어지고 있으니 교육의 난도를 낮추어야 하는가. 오히려 반대 방향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초 학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보완하는 동시에, 준비된 학생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학습에 도전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열어주어야 한다.
실력에 맞는 난이도 수업 제안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다양 해질수록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속도와 난도의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생긴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에게는 집중적인 보충학습이 필요하지만, 이미 해당 수준을 충분히 숙달한 학생에게 반복 학습만 요구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학교는 학년이라는 기준만으로 학생의 학습 수준을 제한하기보다 실제 준비도와 성취도를 기준으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학교에서 준비된 학생이 대수학(Algebra)을 이수하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과목 선이수제(AP)나 대학 수준의 과목에 도전할 수 있도록 경로를 다양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심화교육을 일부 ‘영재 학생’만을 위한 특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 최고 성적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한 잠재력과 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 도전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AP등 심화 반 확대의 핵심은 ‘선행’이 아니라 ‘준비도’이다
그러나 심화반의 문을 넓힌다고 해서 무조건 어려운 과목을 빨리 듣게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대수학의 기본 개념이 충분히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하학이나 대수학Ⅱ로 올라가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적지 않게 만난다.
이는 심화교육과 선행학습을 구분해야 하는 이유이다. 좋은 심화교육은 속도의 경쟁이 아니라 준비된 학생에게 더 깊고 높은 수준의 사고를 요구하는 교육이다.
따라서 심화과목 진입 전에는 성적표만 볼 것이 아니라 독해력, 수학의 핵심 개념, 문제해결 능력, 학습 습관과 자기관리 능력까지 살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발견된다면 진급을 막는 것보다 필요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완한 뒤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준비해서 올라가야 한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보다 빨리 어려운 과목을 듣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의 수업을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드는 일이다. 수학에서는 이전 과정의 핵심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영어에서는 긴 글을 읽고 핵심 내용을 분석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공부할 때는 스마트폰과 짧은 영상의 방해를 줄이고 일정 시간 한 과제에 집중하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성적과 학습 속도를 객관적으로 살펴 우등과정(Honors), 대학과목 선 이수제(AP), 이중등록(Dual Enrollment) 등 다음 도전 단계를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심화과목은 이력서를 채우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의 학업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도전이어야 한다.
학부모 역시 “우리 아이가 몇 학년 과정을 미리 하고 있는가”보다 “다음 단계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AP 과목을 몇 개 수강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목에서 요구하는 사고와 학습을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보다 성공적인 AP 수강을 위해 칼리지보드에서는 이를 미리 준비 하는 학생들을 위해 중학교 때부터 준비하는 Pre AP 과정을 도입하고 보급하고 있다. 띠라서 부모는 상담교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Pre Ap, AP, 우등과정(Honors), 이중등록(Dual Enrollment) 등 자녀가 도전할 수 있는 교육 경로를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의 교육은 학생들을 쉬운 과정에 머물게 하는 방향으로 가서도, 준비되지 않은 학생을 무리하게 높은 과정으로 밀어 올려서도 안 된다. 기초는 더 단단하게, 기회는 더 넓게, 도전은 학생의 준비도에 맞게 제공하는 것, 이것이 학업 성취도 하락의 시대에 학교와 가정이 함께 고민해야 할 교육의 방향이다.
<세라 박 글로벌리더십 중·고등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