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가 일군 소중한 자산…매각대금 사용 내역과 향후 계획 공개해야
시카고 한인사회에는 60여 개가 넘는 각종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단체들의 모임이 뜸해진 데다 회원들의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과거에 비해 활동이 위축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한인 단체가 소유했던 건물들이 하나둘 매각되면서 매각대금의 행방과 향후 운영 방향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물을 매각한 뒤 더 나은 지역에 새 건물을 마련한 시카고한인회와 달리, 상당수 단체는 아직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브린마길에 오피스 건물을 소유했던 S 단체와 폴라스키길에 건물을 보유했던 D 봉사단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S 단체는 건물의 보수와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건물이 사실상 붕괴 직전까지 이른 상황에서 급매를 추진했고, 어렵게 매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매각대금은 현직 회장을 비롯한 일부 전직 회장들이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정확히 얼마인지, 현재 은행 계좌에 남아 있는 잔액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공동 명의자들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폴라스키길에 건물을 소유했던 D 봉사단체 역시 몇 년 전 봉사 서비스 확대를 명분으로 건물을 매각했다. 당시 단체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제기됐지만, 결국 매각은 성사됐다. 이후 회장단은 새로운 비즈니스 건물을 매입하려 했으나 계획이 무산됐고, 매각대금은 현재 회장단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 이사장은 새로운 건물을 매입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한인 은행에 예치된 매각대금의 인출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대에도 매각대금은 결국 현 회장단이 관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두 단체 모두 건물을 매각할 당시에는 새로운 건물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론 새 건물을 구입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 가격은 오르는 반면, 확보한 자금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초 약속했던 계획이 장기간 실현되지 않는다면 그에 따른 설명과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S 단체는 한때 회장 개인 소유의 비즈니스 건물에 사무실을 마련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다른 한인 봉사단체의 건물에 입주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실을 보지는 못한 상태다. D 단체 역시 새 건물 매입이 여의치 않자 여러 곳에 임대 사무실을 마련해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건물을 매각했거나 새 건물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다. 더욱 중요한 것은 건물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으며,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성이다.
한인 단체가 소유했던 건물은 특정 회장이나 임원 개인의 재산이 아니다. 오랜 세월 한인사회의 후원과 회원들의 노력으로 마련한 공동의 자산이다. 따라서 건물을 매각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매각대금의 규모와 현재 잔액, 자금 관리 방식, 향후 건물 구입 계획 등을 회원과 한인사회에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물론 부동산 시장의 여건이나 재정 사정으로 당초 계획을 변경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계획이 달라졌다면 그 이유와 대안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불필요한 의혹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단체의 재산을 둘러싼 불투명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것은 해당 단체뿐 아니라 한인사회 전체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한인사회의 무관심이다. 단체의 활동이 위축되고 회원들의 관심마저 줄어들면 공동 자산의 관리와 운영에 대한 감시 기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인사회가 오랜 세월 공들여 마련한 소중한 자산들이 제대로 된 관리와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사라질 수도 있다.
이제라도 해당 단체들은 매각대금의 구체적인 규모와 사용 내역, 현재 잔액, 향후 재산 관리 및 건물 구입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이유다. 이는 단순한 재정 보고를 넘어 회원과 후원자들에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자, 한인사회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의 공동 자산은 소유하는 것만큼이나 투명하게 관리하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는 일이 중요하다. 건물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쏟았던 한인들의 정성과 노력까지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점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