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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March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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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

Youngk kim

김영기 목사 (팝시카고 대표)

 

화창한 오월의 푸른 하늘 아래, 둘째 아이 손을 잡고 걷는 동안 아이의 작은 샌들과 내가 신은 샌들 끝으로 하얗게 드러난 발가락들이 시소를 탄다. 아이의 발끝을 장난스럽게 따라가는 시선 위로 한 단어가 떠올랐다. “삭제가 불가능한”, “지워질 수 없는 (incapable of being erased)” 뜻을 지닌 “언이레이져블(Unerasable)” 이었다. 이 단어는 심각한 연탄가스 중독과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을 상실해버린 내 삶과 깊은 연관이 있는 단어이다.

1980년대 겨울밤, 온가족이 한 방에서 잠을 자다 연탄가스 중독(Carbon monoxide poisoning)으로 조용한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연탄 가스로인해 온 몸의 힘이 빠지고 정신이 없었던 아버지가 죽을 힘을 다해 가족들 하나 하나를 마당으로 끌어내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이 연탄가스 중독(Carbon monoxide poisoning)으로 인해 뇌로 가야할 산소 공급이 중단돼 나는 초등학교 6학년 이전의 대부분의 기억이 사라져 버렸다. 어린시절 내 자신과 친구들 그리고 가족에 대한 기억이 없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불편이 없었지만, 정작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성경공부를 하며 어린시절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것을 써보라고 할때는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것은, 연탄가스 중독으로 뇌세포가 손상되어 대부분의 기억이 하얗게 지워져 버렸는데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생생하게 몇 개의 단편적인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 몇 개의 남아있는 기억 모두가 아버지께서 나에게 사랑을 표현했던 순간들이다.

이제는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께서 아직 삼십대 때 직접 소나무를 깎아 팽이를 만들어 어린 내 손에 쥐어주고 함께 놀아주며 웃어주시던 장면, 아버지께서 직접 만들어준 연을 날리다 줄을 놓쳐 울고 있을 때, 젊은 아버지께서 그 연을 잡으려고 해변을 뛰어가던 모습 등이 마치 고화질 흑백 영화처럼 생생한 기억의 파편으로 남아있다. 공통적인것은 모두 아버지께서 아들인 나에게 표현했던 평범한 사랑(Love)의 장면들이다.

연탄가스가  열두살 이전 기억들을 완전히 삭제(Complete Erasing)해 버렸지만 아버지께서 표현했던 사랑의 순간들은 결코 지워지지 않고 40대인 지금까지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사랑(Love), 특히 아버지의 사랑 (Father’s love) 은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최신 뇌(Brain)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사랑(Love)이라는 감정을 관장하는 곳은 인간 뇌의 가장 깊은 곳 중심에 위치한  소뇌편도(Amygdala)라고 한다. 뇌가 외부 충격이나 감염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어도 이 소뇌편도(Amygdala) 안에 담고 있는 사랑(Love)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강력하게 남는다고 한다.

나를 낳아주고 키워주신 육신의 아버지, 한 인간 존재에 의해 표현된 사랑조차도 결코 지워지지 않을진데(Unerasable), 하물며 온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은 어떠할지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롬 8: 38-39) 외치며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표현하고 있다. 그 극진하신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인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요 3:16), 독생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은 평생 단 한 순간도 그것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결코, 이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그 사랑을 지우는 것이 불가능한 (incapable of being erased) 것이다.

이런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을 단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들은 아내, 남편, 자녀들 더 나아가 이웃과 교회, 직장 공동체 안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랑은 언이레이져블(Unerasable)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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