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아의 건강밥상] “검은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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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아
시카고 한마음 교회

논두렁에 심었던 콩을 수확할 때가 되면 동네가 왁자지껄하다. 마른 콩단을 모으고 불을 지른다. 수북히 쌓인 콩단 사이로 매캐한 연기가 오르기 시작하면 소식 듣고 하나 둘 모여든 동네 꼬마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타닥타닥 소리가 나고 시커멓게 그을린 콩단 사이로 맛나게 익은 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하나 알뜰히 모아 한주먹 만들어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간식이 된다. 열심히 주어 먹다보면 손도 까맣고 입도 까맣고 콧구멍 속까지 까매지지만 제 얼굴 까만줄 모르고 서로를 쳐다보며 배를 잡고 웃는다.

 

밥상에 올라온 검은콩전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아빠의 어릴적 이야기가 구수하게 다가온다. 고소한 향에 한 입 먹고 아빠의 옛날 이야기가 재밌어 또 한 입 먹는다. 건강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으며 아빠의 추억을 먹고 엄마의 정성도 먹고 도란도란 둘러 앉아 이야기 나누던 모습을 아이들이 언젠가 기억하고 추억해 주리라 기대해 본다.

 

1989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다섯가지 색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자는 ‘5 A Day’ 운동은 하루에 노랑, 빨강, 초록, 흰색, 검정의 다섯가지 컬러푸드를 섭취하자는 운동으로 전 세계적인 건강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 중 검은색, 블랙푸드는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해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블랙푸드 열풍의 주역은 단연 검은콩이다. 검은콩으로 만든 차, 음료, 아이스크림, 빵, 두부, 과자 등 다양한 형태의 식품을 쉽게 볼 수 있다. 검은콩의 성분인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여성호르몬과 유사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골다공증 예방과 피부를 매끄럽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검은콩속의 사포닌은 몸속의 나쁜 활성 산소를 없애주고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역할을 한다. 레시틴 성분은 유일한 천연 유화제로 혈관벽과 세포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노폐물을 녹여 체내 혈액을 원활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비타민 B1과 B2, 플라보노이드와 함께 풍성하고 검고 윤기나는 모발의 성장을 돕는다.

 

오늘은 검은콩전을 소개한다. 검은콩전이라고 이름하고 보니 콩쥐팥쥐전, 홍길동전, 전우치전처럼 구수한 옛날 이야기가 술술 나올법 하다. 이름처럼 구수한 검은콩전은 굵게 갈아 식감을 즐겨도 좋고, 곱게 갈아 부드럽게 먹어도 좋다. 검은 콩만 있다면 언제든지 만들 수 있다. 냉장고를 열고 그날 그날 남아 있는 색색의 야채들을 넣어도 좋고 감칠맛을 더해 줄 표고버섯등을 함께 넣어 부쳐 내면 그리 강렬한 맛은 아니지만 그저 검은콩의 구수한 맛에 매료되어 자꾸만 손이 가 멈출때를 모른다.

 

오늘 저녁에는 재미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구수한 검은콩전을 건강밥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사랑하는 부모님께 남편과 아내에게 함께 식사하는 좋은 이웃들에게 오늘은 전우치전보다 더 맛난 검은콩전을 올렸노라고 이야기 해 주자.

 

검은콩전

 

*재료: 검은콩 1컵, 당근 반개, 청고추 2개, 표고버섯 2개, 양파 반개, 통밀가루 3큰술, 들기름 약간,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검은콩은 깨끗하게 씻어 하룻밤 불린다.
  2. 불린 콩을 푸드 프로세서 또는 믹서에 간다.
  3. 당근, 청고추, 표고버섯, 양파는 다진다.
  4. 갈아놓은 콩과 다진 야채, 통밀가루를 섞고 소금을 약간 넣어 간한다.
  5. 들기름 살짝 두른 팬에 굽는다.

 

서정아의 힐링건강요리교실

문의ssyj201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