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두표/시카고문인회
나라를 다스리고 책임지는 군주(=지도자)는 일반관리(一般官吏)와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습니다. 부하 직원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을 하거나, 파면(罷免)을 손쉽게 하면서 막상 자신의 허물을 지적하면, 마치 딴 세상의 얘기거나, 아니면 그런 제도가 잘못되었다고 항변(抗辯)합니다. 우리말에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不倫)’이라는 ‘내로남불’과 같습니다. 이러한 비유를 맹자(孟子)는 양혜왕(梁惠王) 하(下)편에서, 제선왕(齊宣王)에게 말하기를 ‘王之臣有託其妻子於其友, 而之楚遊者, 比其反也, 則凍餒其妻子, 則如之何?(왕지신유탁기처자어기우 한데, 이지초유자 하니, 비기반야 하고, 즉동뇌기처자 하더라, 즉여지하 하오리까?) 즉 ‘왕의 신하 중에 자기의 아내와 자식을 친구에게 맡기고 초(楚)나라로 여행간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가 돌아오니 아내와 자식이 추위에 떨고, 굶주리고 있다면 그 친구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거침없이 대답하기를 왕은 한마디로. ‘그와 절교(絶交)하지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또다시 이번에는 ‘만약 형벌(刑罰)을 관장(管掌)하는 사법관(司法官)이 아랫사람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자 왕은 즉시 ‘그를 파면(罷免)시킬 것이오.’ 라고 서슴없이 대답을 했다. 당시에 사법관은 사사(士師)로서 형벌을 담당하던 사법기관의 수장(首長)과 그 밑에 향사(鄕士), 다음에 수사(遂士)가 있었는데, 위의 글에서 ‘아랫사람’ 이란 바로 법을 관장하는 향사와 수사를 말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검사와 경찰과 비유되는 말입니다. 맹자가 또, 왕에게 직접 ‘나라 안이 잘 다스려지지 못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자, 왕은 좌우를 돌아보며 딴소리를 하며, 즉 딴청을 부리더라는 것입니다. 왕은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두 질문에 대해서는 믿음을 저버린 친구는 버려야하고, 직무(職務)를 저버린 관리는 파면해야 한다며, 자신 있게 대답을 하면서도 왕 자신에 관한일인 나라를 잘 다스려야할 책무를 진 군주가 그것을 저버렸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왕의 아픈 곳을 찌르는 질문을 던지자, 왕의 당황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명합니다. 또, 맹자는 <제선왕>에게 ‘왕께서 큰 집을 지을 경우 반드시 도편수를 시켜 목재(木材)을 구하게 할 것입니다. 그가 아주 크고 좋은 나무를 구해오면 왕께서는 기뻐하여 그가 맡은바 임무를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목수가 그것을 깎아서 작게 만들어 버리면 왕께서는 화를 내며 그가 맡은바 임무를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또, 만약 여기에 옥돌 원석이 있다면, 비록 비용이 20만 냥이 들더라도 반드시 옥을 다루는 기술자에게 다듬도록 할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다스리는 중요하고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일에 있어서는 ‘네가 배운 것은 버리고 내가 하라는 대로 따르라.’ 고 한다면, 그것은 마치 옥(玉)을 다루는 전문가에게 옥을 다듬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고 비판을 했습니다. 채근담(菜根譚) 후집(後集)에도 ‘바다의 물결이 하늘높이 치솟을 때, 튼튼한 배 안에 있는 사람은 두려움을 모르나, 배 밖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이 싸늘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 말고, 밖에 백성들도 걱정해야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