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胸有成竹(흉유성죽)

1996

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흉유성죽(胸有成竹)이란, ‘대나무(竹)그림을 그리기 전에 마음속(胸)에 이미 완성(完成)된 대나무그림(竹畵)이 있다.’ 라는 뜻으로, 즉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이미 계산이 모두 서 있음을 비유(比喩)하는 말입니다. 이 글의 원문(原文)은 ‘與可畵竹詩 胸中有成竹(여가화죽시 는 흉중유성죽 이라.)라는 글인데 여기서 4글자로 줄여서, ‘흉유성죽’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 글이 생겨나게 된 연유를 지금부터 알아보면, 옛날 중국 북송(北宋)의 <문동>(文同)이라는 문인(文人)이자 화가(畵家)로 자(字)가 ‘여가’(與可)입니다. 그는 시문(詩文)과 글씨, 특히 대나무그림에 뛰어났다고 합니다.

그의 집은 앞뒤로 대나무가 우거져 있었는데, 대나무를 너무 좋아하는 그가 직접 심어서 정성껏 돌보아 울창한 대나무 숲을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틈만 나면 죽림(竹林)에 들어가 대가자라는 모습, 가지 치는 요령, 잎이 우거지는 모습, 그리고는 ‘죽순’ (竹筍)이 나오는 모양 까지도 정성들여 꼼꼼히 관찰(觀察)하여 대나무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을 완전히 터득(攄得)하였다. 그리고 흥에 겨우면, 집으로 들어와 종이를 펼치고, 먹(墨)을 갈아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대나무에 대해 이미 충분히 연구, 관찰하였으므로 그가 그리는 ‘묵죽화’(墨竹畵)는 박진감(迫進感)과 진실감(眞實感) 넘친다는 평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묵죽화’가 천하일품(天下一品)이라는 명성(名聲)이 높아짐에 따라, 전국 각지에서 그림을 그려 받으려는 사람들이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아주 절친한 친구로, 조무구(晁無咎)라는 학자이자 시인(詩人)이 있었는데, 항상 곁에 있으면서 그가 즉석에서 대나무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문동>을 직접만나기가 어려우므로 절친(切親)인 <조무구>에게 대신 청을 넣으려고 찾아왔다고 하는데, 어느 날<문동>에게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청년이 찾아와 그의 그림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여가(與可)가 대나무를 그리고자 할 때, 그의 가슴에는 이미 완성된 대나무(成竹) 그림이 있다. 젊은이도 먼저 대나무 밭에 들어가 자세하게 관찰을 하고 마음에 완전한 대나무가 그려질 때 그림을 배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여기서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즉 어떤 일을 착수(着手)하기 전에 이미 충분한 복안(腹案)이 서 있음을 비유(比喩)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런 사실이 있었는데, 1971년 세계최대규모의 테마 파크인 미국 풀로리다의 <디즈니 월드>가 개장하며 성대한 개막행사를 열었을 때, 정작 주인공인 <월트 디즈니>는 위대한 태마를 보지 못하고 죽은 것에 안타까워하며 미망인을 위로하자, 그녀는 연단에 올라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디즈니 월드의 개장을 축하해 주시고, 제 남편에 대해 찬사(讚辭)를 보내 주신 것에 감사 합니다. 하지만, 제 남편이 이곳을 못보고 죽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남편은 <디즈니 월드>를 구상(構想)하던 순간부터 이미 모든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가 먼저 보았기 때문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초청된 사람들은 이제야 <디즈니 월드>를 볼 수 있었지만 비전을 품은 그는 ‘마음의 눈’으로 이미 생생하게 그림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