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뿌리를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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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크라이더의 입양 당시(위)와 현재 프로필 사진. [본인 제공]

한인 유명 모델·방송인 4세 때 미국으로 입양
친부모 찾아 나선 사연

“한국의 친부모님도 지금의 나를 자랑스러워 했으면 해요”

케빈 크라이더는 미국의 젊은 인플루언서다. 잘생긴 아시아계 미국인이다. 키가 180cm를 넘고, 기회만 있으면 근육질의 몸을 자랑하고,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어 하는 자신과 같은 미국인들에게 건강을 유지하고 긍정성을 잊지 말라고 설파한다.

올초 미국에서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넷플릭스 리얼리티 쇼 ‘블링블링 엠파이어’는 ‘돈이 넘쳐서 주체를 못하는’ 캘리포니아의 아시아계 부유층을 출연시켰는데 여기서 케빈의 역할은 이들을 관찰하는 ‘평범남’이다.

그런데 이 쇼는 얼핏 보면 고민 하나 없을 것 같은 이 남자의 다른 면을 비춘다. 그는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태진이기도 하다. 그가 네 살 때, 그를 돌보던 할아버지가 그를 한국에서 필라델피아의 가정으로 입양시켰다. 당연히 그에게 한국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그는 쇼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고, 생물학적 부모에 관한 단서를 찾으며 번민하는 모습을 보인다.

케빈은 지난 15일 줌을 통해 한국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부모를 찾는 이유를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족력이 있는지만 알아도 도움이 될 것이고 형제가 있는지도 알고 싶다”며 “무엇보다도 내 얼굴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밤중에 갑자기 깨어나 아침까지 잠들기 힘든 이유도 술을 즐기는 이유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블링블링 엠파이어’의 에피소드 4 ‘가슴 아픈 사랑’에서는 그가 자신의 과거를 찾으려는 여러 노력들이 그려졌다. 그는 “나는 한국인(I‘m Korean)”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이어 “늘 남들과 다르게 겉도는 기분을 느끼며 컸다”며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했고 아시아인으로 살기 싫었다”고 털어놓는다. 대신 “늘 백인이 되고 싶어 했죠”라고 했다.

케빈은 자신의 유전자 검사 결과를 입양 센터에 메일로 보냈고, 친부모에 대한 정보가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케빈은 친부모를 찾을 단서를 얻었다. 그가 밝힌 기록에 따르면, 그는 수원에 위치한 아동 보호시설 ’경동원‘에 있다가 1986년 입양됐다. 조부는 수원 구천동에 거주하던 ’김화경‘씨로 기록돼 있다.

케빈은 어쩌면 만날 수 있을 부모에게 자신이 입양된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말했다.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고도 했다. “그분(부모)들이 만났고, 그래서 내가 이 세상에 나왔고, 그 결과로 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케빈은 “그분들이 지금의 나에 대해서 자랑스러워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만나고 나서 듣고 싶은 이야기도, 묻고 싶은 질문도 많다. “지금 미국의 (양)부모님이 내게 내 유년시절 이야기를 해주시는 것처럼 그들이 기억하는 내가 어땠는지를 이야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화를 나누면서 몇 가지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다”며 “그분들이 원한다면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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