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특약 건강·의학 리포트
▶ 미국 성인 4명 중 1명 겪는 흔한 혈관질환
▶ 오래 앉거나 서 있으면 정맥 혈액순환 악화
▶ 다리 높이 올리고 압박 양말 착용하면 도움
▶ 종아리 운동·물속 걷기로 혈류 개선 효과
하지정맥류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다리에 혈관이 불룩 튀어나오거나 구불구불 뒤틀리고 밧줄처럼 굵어진 모습이 눈에 띄면서, 마치 아무런 전조도 없이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하지정맥류를 일으키는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며, 이러한 변화를 늦추거나 멈추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UCLA 데이빗 게펜 의과대학 혈관외과의 후안 카를로스 히메네스 교수는 “다리의 정맥은 중력에 맞서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정맥 내부의 판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혈액이 아래쪽으로 역류해 다리에 고이게 된다는 것이다.
매스 제너럴 브리검 심장·혈관연구소의 혈관외과 전문의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외과 조교수인 줄리앤 스토턴은 하지정맥류가 특별한 증상 없이 외관상 보기 좋지 않은 문제만 일으킬 수도 있지만, 불편한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람들에게 하지정맥류는 만성정맥부전증(CVI)의 눈에 보이는 징후이기도 하다. 만성정맥부전증은 정맥 판막이 점차 약해지고 기능을 상실하면서 정맥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스토턴 교수에 따르면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거나 쑤시는 통증, 부종, 욱신거림, 가려움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성인 약 4명 중 1명이 하지정맥류를 가지고 있으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고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도 높아진다. 가족 중 하지정맥류 환자가 있다면 자신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스토턴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정맥 벽을 약화시킬 수 있는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물려받는다”고 설명했다. 드물게는 혈액이 쉽게 응고되는 체질을 유전적으로 물려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정맥 내부에 흉터를 형성하고 판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전적 요인이 전부는 아니다. 생활습관 역시 하지정맥류 발생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며,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다리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다리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고 하지정맥류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구체적인 생활습관도 제시했다.
■ 다리를 높이 올려라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이 예방법은 중력의 작용을 거스르는 간단한 방법이다. 특히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밤에 다리를 올려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 히메네스 교수는 자신의 환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간호사, 의사, 교사, 미용사, 요리사, 무대 세트 디자이너 등에게 이 방법을 권장한다. 바닥에 누워 다리를 벽에 기대어 올릴 수도 있지만, 다리를 엉덩이 높이 정도로만 올려도 도움이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TV를 시청할 때 거실 테이블 위에 베개를 올려놓고 그 위에 발을 얹어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토턴 교수는 운동을 마친 직후 역시 다리를 높이 올리기에 중요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을 하면 다리 근육으로 평소보다 많은 혈액이 공급된다. 운동을 멈춘 뒤에는 이렇게 증가한 혈액을 모두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야 하므로 다리 정맥에 더 큰 부담이 가해진다. 스토턴 교수는 다리를 높이 올려주면 “정맥이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려 보내는 일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 압박 양말·스타킹을 착용하라
취재에 응한 모든 전문가들은 낮 동안 압박 양말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뉴욕 메트로 베인 센터스의 저스틴 하 정맥질환 전문의는 “압박 양말은 상대적으로 약한 표재정맥을 바깥에서 눌러주어 중력에 맞서 혈액을 위로 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스토턴 교수는 발까지 덮는 점진적 압박 양말이나 스타킹을 선택하라고 권했다. 이러한 제품은 발목 부위의 압박력이 가장 강하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압박력이 약해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 같은 압력 차이는 혈액을 안쪽과 위쪽 방향으로 밀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히메네스 교수는 압박력이 최소 20~30㎜Hg(밀리미터 수은주) 정도인 제품을 선택할 것을 권장했다.
다만 양말의 길이나 형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반드시 허벅지까지 올라오거나 허리까지 끌어올리는 스타킹 형태일 필요는 없다. 무릎까지 오는 압박 양말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히메네스 교수는 이를 치약 튜브에 비유했다. 치약이 가득 찬 튜브의 맨 아래쪽 끝부분만 눌러도 치약은 위쪽 입구로 밀려 나온다. 정맥에서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압박 양말이나 스타킹은 아침에 일어나 착용한 뒤 하루 종일 신는 것이 가장 좋다고 히메네스 교수는 말했다. 다만 운동을 하거나 다리를 높이 올려놓을 때는 벗어도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정맥이 중력에 맞서 혈액을 이동시키기 위해 외부의 도움을 받을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 종아리 근육을 자주 움직여라
히메네스 교수는 체중을 지탱하면서 하는 모든 형태의 신체활동이 다리의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근육이 수축할 때 정맥을 압박해 혈액이 심장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하루 대부분을 앉아 있거나 거의 움직이지 않고 서 있어야 한다면, 가능한 한 자주 종아리 근육을 움직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저스틴 하 전문의는 하루 동안 약 30분마다 몇 분씩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 다니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장했다. 스토턴 교수는 발뒤꿈치에서 발끝으로 체중을 옮기며 걷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종아리 근육이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종아리 근육을 움직일 수 있다. 히메네스 교수는 발가락을 바닥에 붙인 상태에서 발뒤꿈치를 위아래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동작을 추천했다. 발목을 원을 그리듯 돌리거나 발끝으로 바닥을 가볍게 두드리는 동작도 혈액순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 발에 맞는 신발을 선택하라
스토턴 교수에 따르면 혈액은 발의 정맥에서 발목으로 이동한 뒤 다리를 따라 위쪽으로 올라가 심장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발 근육이 약하거나 발의 아치 구조가 무너져 있거나 평발인 경우 발의 정맥에 혈액이 고이기 쉬워진다. 이렇게 되면 종아리와 다리 아래쪽 정맥이 혈액을 위로 보내는 일이 더욱 어려워진다. 발의 아치를 제대로 지지해 주는 신발을 착용하면 발의 올바른 정렬과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발 자체의 작은 근육들을 강화하는 운동 역시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운동으로는 발가락 들어 올리기와 수건 끌어당기기가 있다. 발가락 들어 올리기는 발의 나머지 부분을 바닥에 붙인 상태에서 발가락만 위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수건 끌어당기기는 바닥에 수건을 펼쳐놓고 그 위에 발을 올린 뒤 발가락을 오므려 수건을 자신의 몸 쪽으로 끌어당기는 운동이다. 스토턴 교수는 하이힐을 피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하이힐은 걸을 때마다 종아리 근육이 정상적으로 수축하고 이완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평발인지 확인하려면 서 있는 상태에서 발 안쪽 부분이 바닥에 완전히 닿는지 살펴보면 된다. 발 안쪽이 바닥에 완전히 닿는다면 족부 전문의를 찾아 발의 움직임과 구조적 기능을 평가받아 볼 가치가 있다고 스토턴 교수는 말했다.
■ 수중 에어로빅이나 물속 걷기를 하라
허리나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는 곳에서 걸어 다니거나 물속에 선 상태로 운동할 때 느껴지는 물의 저항은 다리에 압박을 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스토턴 교수는 이러한 수압이 정맥 혈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물의 부력은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맥이 혈액을 위쪽으로 이동시키는 일이 더 쉬워질 수 있다. 스토턴 교수는 정맥질환을 예방하려는 사람은 물론 초기 단계의 정맥부전증을 개선하려는 사람에게도 물속에 서서 하는 모든 종류의 신체활동을 폭넓게 권장한다고 밝혔다.
■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하나
앞서 소개한 방법들이 하지정맥류 예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정맥 건강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더라도 하지정맥류가 생길 수 있다. 다행히 하지정맥류는 일반적으로 위험한 질환은 아니라고 히메네스 교수는 설명했다.
하 전문의 역시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지정맥류의 외관이 신경 쓰이거나, 특히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붓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면 주치의를 찾아 상담받는 것이 좋다.
주치의는 우선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앞서 소개한 압박 양말 착용, 다리 높이 올리기, 운동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 전문의는 설명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맥질환 전문의에게 의뢰해 추가적인 치료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스토턴 교수는 하지정맥류가 있는 사람 가운데 발목 주변 피부색이 변한 경우에도 정맥질환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색 변화는 피부 아래에 혈액이 고이고 미세혈관에서 혈액 성분이 새어 나오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는 해당 부위에 피부 궤양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신호라고 스토턴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정맥류 치료에는 일반적으로 문제가 있는 정맥을 막거나 폐쇄하는 최소침습 시술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열을 이용해 정맥을 폐쇄하는 열적 절제술, 거품이나 액체 형태의 약물을 주입하는 화학적 절제술, 특수 의료용 접착제를 이용해 정맥을 막는 방법 등이 있다.
스토턴 교수는 이러한 표재정맥이 혈액순환에 필수적인 혈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정맥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혈관으로, 신체가 주로 혈액량을 저장하고 체온을 조절하는 데 활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있는 표재정맥을 폐쇄하더라도 기존에 그 혈관을 통과하던 혈액은 다른 정맥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고 히메네스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언제 받아야 하는지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평소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 스토턴 교수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는 태어날 때 정맥에 대한 일종의 보증기간을 물려받습니다. 하지만 그 보증기간을 늘릴지, 줄일지는 우리의 생활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By Erica Slo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