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달군 ‘미나리’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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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가 레드카펫에서 우아아 고 멋진 드레스를 선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아카데미 시상 현장스케치
할리웃 아닌 유니언역 시상식
윤여정에 ‘노배우 기품’ 찬사
봉준호 한국어로 감독상 발표

한국의 대표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쓴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현장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다양한 변화와 함께 축소돼 개최됐지만 그 열기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매년 열리던 2월 말에서 2개월 연기돼 열린 전 세계 최대 영화계 축제의 현장에서는 예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과 새로운 기록들이 속출했다.

◎…이날 시상식은 줌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지난 골든글로브 시상식과는 달리 수상 후보들이 현장에 나오는 제한된 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국을 방문할 수 없는 해외 후보들과는 위성 생중계로 연결했다. 코로나19 안전 프로토콜 준수 하에 레드카펫은 물론 눈물을 흘리는 수락 연설 등 전 세계 오스카 시상식 팬들을 위해 대면으로 돌아온 시상식을 최대한 화려하게 연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시상 장소가 할리웃 돌비극장에서 LA 다운타운 유니온 역으로 바뀐 것으로, 레드카펫과 시상식장이 모두 유니온 역사 안팎으로 설치됐다.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역사적인 최초 기록의 향연이 됐다. 특히 이날 레드카펫에서 아시아계 후보로 기록을 세운 윤여정, 스티븐 연, 클로이 차오 감독이 주목을 받았다. 윤여정은 한국 최초 오스카 최우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 출생 스티브 연은 최우수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첫 아시아계 배우다. 또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최초 아시아 여성이자 유색인종으로 최고의 감독 후보로 지명됐다. 이외 두 명의 여성 감독 지명, 최고의 영화 후보작에 모두 흑인 제작팀, 4번 오스카 후보에 지명된 흑인 여배우, 83세로 최고령 베스트 액터로 지명된 앤소니 홉킨스 등이 기록을 세웠다.

◎…영화 ‘미나리’로 국제적 스타로 떠오른 배우 윤여정은 이날 유니온 역의 레드카펫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허리선을 강조한 우아한 블랙 드레스에 블랙 클러치백을 매치한 윤여정은 노장 여배우의 기품을 풍기며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예리는 강렬한 빨간색에 가슴선에 셔링과 오버사이즈 골드버튼으로 장식한 드레스로 화려한 아름다움을 선보였다. 두 사람은 포토타임이 끝난 후에도 다시 포즈 요청을 받는 등 주목을 받았다.

◎…윤여정은 연예매체 E뉴스가 진행한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로서 처음으로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올랐고,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으로서 우리에게 이것은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당연히 우리는 무척 흥분되지만, 나에게는 정말 신나면서도 무척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나리’ 제작진과 출연 배우들은 촬영 당시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빌려서 같이 지냈다”며 “그것이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이다.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나리’의 한국 할머니 ‘순자’ 역할과 실제 삶이 얼마나 비슷하냐는 질문에는 “사실 저는 (영화에서와 달리) 손자와 살고 있지 않다. 이것이 영화와의 차이점”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으로 주요 부문 4관왕을 석권하며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역사를 쓴 봉준호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서 서울에서 녹화한 영상을 통해 감독상 후보들을 소개했다. 봉 감독은 이날 감독상 시상자로 등장해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을 수상자로 호명했다. 봉 감독은 이날 영화 ‘기생충’ 통역으로 함께 유명해진 샤론 최씨와 함께 등장해 감독상 후보에 오른 5명에게 ‘감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후보들의 답변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모두 한국어로 길게 이야기해 올해 오스카 시상식은 역대 시상식 중 가장 많은 한국어가 울려퍼지기도 했다.

◎…‘미나리’를 쓰고 연출한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나비넥타이에 검은 정장으로 멋을 냈고, 두 사람 모두 부부 동반으로 입장해 다정한 모습을 선보였다. 한인 2세인 정 감독과 스티븐 연은 사돈 집안 사이다. 정 감독 부친의 조카 딸이 스티븐 연의 아내 조아나 박이다. 아시아계로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은 자신의 어머니가 배우 일을 항상 응원했다면서 “엄마 사랑해요”라고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이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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