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사라지고 뱃속 울렁거리고, 온 몸이 쑤시고 아파 ‘욱신욱신’, 음식은 입에도 못대고 종일 누워서 끙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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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릴랜드주 정평희씨,코로나19 감염·투병·회복 ‘생생 증언’

 

메릴랜드주에 사는 한인 정평희씨(67, 사진)는 지난달에 말로만 듣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자신도 모르게 감염된 것. 그는 긴 투병 끝에 회복됐다. 그리고 본보에 투병기를 보내왔다.

그는 이 수기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증세가 어떠한지, 테스트를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가격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위기의 시간을 극복했는지를 생생히 소개했다. 서울대 워싱턴 동창회장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경험이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많은 한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기고했다고 밝혔다. 그의 투병기를 소개한다.

#고열로 응급진료소에서 테스트 받아
제가 코로나19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그래도 건강 상태가 좋았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걸리더라도 간단히 넘어가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3월 중순경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의사한테 연락해보니 한 며칠만 더 기다려 보라고 하였습니다. 그 후 이틀 동안 계속 열이 나고 몸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서 테스트를 받으러 응급 진료소(Urgent Care)에 갔습니다. 처음에는 독감 테스트를 받았는데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그 곳의 의사가 “몸에 열이 얼마나 올라갔었냐?”고 물어서 화씨 100도 이상으로 올라갔다고 하였더니 금방 코로나19 테스트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끙끙 앓았습니다.

#타이레놀, 비타민, 감기약만 먹어
테스트를 받은 지 일주일 후에 제가 코로나19에 걸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테스트 받고 하루나 이틀이면 결과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미국에서는 일주일 이상이나 걸렸습니다. 아플 동안에는 밤에 잘 때마다 몸에 열이 나서 몇 번이나 땀으로 범벅이 되어 깨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먹었던 약은 타이레놀과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감기약뿐이었습니다. 그동안 몸에 힘이 다 빠지고 입맛이 사라지고 뱃속이 울렁거리고 온 몸이 욱신욱신 쑤셔서 음식은 하나도 못 먹고 국하고 주스만 간신히 먹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지냈습니다. 죽도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비타민도 갈아서 먹었습니다. 그랬더니 몸무게가 18파운드까지 빠졌습니다. 그 사이 몸이 너무 약해져서 응급실에도 한번 갔습니다. 엑스레이도 찍고 심전도 검사도 하였는데 증상이 심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그래도 몸이 너무 약해졌다고 하니까 IV를 놓아주고는 집으로 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너무 아플 때는 ‘주는 나의 치료자’라는 찬송만 계속 듣고 낫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3주일 지나자 조금씩 회복
3주일이 지나자 몸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약간의 죽과 다른 음식을 먹을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4주가 지난 다음에는 입맛이 돌기 시작하여 음식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평소 먹는 것의 반 밖에 먹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음식을 제대로 먹으니까 몸무게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저희 친구들과 같은 교회 성도들이 여러 가지로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식도 갖다 주고 비타민도 주며 꽃도 보내 주고 전화로도 격려해주었고 또 계속 저를 위해서 기도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특히 제 아내가 헌신적으로 저를 위해서 모든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물론 같은 집에 있지만 방은 따로 썼지요. 다행인 것은 제 아내는 코로나19 테스트를 선별 진료소(drive through)에서 받았는데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Urgent Care에 연락을 했는데 남편이 코로나19 양성이라니까 금방 테스트를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제 옆에서 같이 있었는데 코로나가 전염이 안된 것을 보고 모두들 기적같은 일이라 하였습니다. 제 아내는 당뇨병이 있어서 만약에 코로나19에 걸리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회복 테스트 안 해줘
한 달 정도 지난 후 몸이 많이 나은 것 같아서 Urgent Care에 다시 전화하여 “제가 나은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코로나 테스트를 다시 받을 수 있나?”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의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병원 종사자들도 그러한 테스트는 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코로나19에 걸렸다가 나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걸린 지 2주가 지난 후에 약을 안 먹었는데도 3일간 아무런 코로나19 증상이 없고 기침도 안하고 호흡도 괜찮으면 다 나은 것”이라고 설명해줬습니다. 그리고 “다 나았다는 확인서를 써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테스트 기록이 없는데 그런 편지를 누가 믿겠느냐?”하고 물어봤더니 그냥 씩- 웃더군요. 물론 이러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지금 미국이 테스트 키트가 부족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한국에서는 병이 나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마지막에 테스트를 한다고 알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그냥 가라고 하니까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의 격려가 큰 힘이 돼
5주차에 들어서면서 입맛도 제대로 돌아오고 기력이 많이 회복되고 또 몸무게도 어느 정도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회복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 것 같습니다. 예전에 독감에 걸렸을 때는 며칠동안 땀 좀 몇 번 흘리면 툭툭 털고 일어났는데 이번에는 회복하는 데만 2주 이상 걸리고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도 호흡기에는 큰 장애가 없었던 것을 보면 심한 코로나19에 걸리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심호흡만 못할 정도이었으니까요. 이번에 아파보니까 옆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정말 고맙게 생각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중에서 혹시 주위에 코로나19로 아픈 분이 계시면 음식이나 약이나 또 문자 등으로 위로해주시고 도움을 주시면 그 분들이 회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화는 가능하면 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저도 전화기를 들기가 힘들어서 휴대폰을 아플 동안에는 늘 꺼놓았으니까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모두에게 힘든 시간을 주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 도와주고 격려해 주면 이 힘든 시간도 무사히 견디어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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