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 이산가족 둔 시카고 한인의 슬픈 가족사

1987

유력지 월스트릿저널, 28일자에 조영환씨 스토리 크게 소개

3월 28일자 월스트릿저널에는 ‘From Pyongyang to Chicago: Lifetimes Spent Looking for Family in North Korea’란 제하로 북한에 이산가족을 둔 시카고 한인남성의 가슴 절절한 가족사가 크게 실려 눈길을 모았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있는 신문의 하나인 월스트릿저널에 1페이지에 걸쳐 크게 소개된 인물은 바로 중서부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와 이북도민연합회 상임고문인 조영환씨<80, 사진>다.

이 기사를 쓴 월스트릿저널 홍콩 특파원 존 라이언스는 한달여전 조씨에게 연락해 인터뷰를 청했다. 인터뷰는 조씨의 자택에서 진행됐으며 조씨는 인터뷰에서 ▲이산가족에 대한 생각 ▲이산가족 관련 활동을 왜 시작하게 됐는지 ▲미국에 거주하는 이산가족의 실태 ▲자신의 집안 이야기 ▲어머니의 유언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후 한달여만에 기사가 실리게 된 것이다.

1950년 6.25전쟁때 조씨의 어머니인 고 김금섬씨가 피난을 가기 위해 타고 갈 배에 짐을 옮기는 과정중에 인민군들이 이들을 발견하고 총을 쏘기 시작했고 5자녀중 가장 나이가 어린 7세(남), 5세(여) 남매를 해변에 놔둔 채 장남인 조씨와 단 둘이 남한으로 건너오게 됐다. 고 김금섬씨는 임종 전까지 어린 남매를 강가에 두고 온 것에 대해 자책했으며 조씨에게 그들을 꼭 찾아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시카고로 이민온 조씨는 미국내 이산가족 관련 단체 등에서 활동하면서 동생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마침내 4년전쯤 동생들이 이미 30여년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고 그 동생들의 가족들로부터 편지를 받기도 했다.

1938년 황해도 연백군에서 태어난 조영환씨는 1960년대 시카고로 도미했으며 중서부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장, 중서부이북도민연합회장, 민주당 대의원(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시카고 평통 위원 등을 역임했다. 조씨는 그동안 백악관, 유엔 등에 미국에 거주하는 이산가족들이 많은데 가족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여러번 보냈으며 한인 신문에 기고도 여러번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왔고 그의 두 자녀들도 함께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조영환씨는 “월스트릿저널에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산가족 문제에 관심을 가져준다니 고마웠다. 처음에는 홍콩에서 기자가 오고, 뉴욕에서 사진기자까지 와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에 대해 묻는 것인지 괜히 염려도 됐었다. 하지만 기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좋은 의도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뷰를 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의 유언이 아직도 내 마음을 울린다. 강가에 두고온 동생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하시면서 반드시 찾아서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셨다. 내가 찾지 못한다는 내 자식의 자식들이라도 노력해서 꼭 찾아달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유언이자 평생 소원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조씨는 “4년전 동생들이 이미 30여년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동생들 가족들의 소재를 확인하고 편지를 받아볼 수 있었지만 내 아내, 자녀들, 손주들 등과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방문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북한에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어느날 갑자기 내가 나타난다면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산가족을 위해서 묵묵히 일할 예정이다. 지금은 이산가족 관련 단체들의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돕고 싶다. 내가 늘 어머니의 유언과 두 동생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아팠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돕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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