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남극 얼음 서식지… 아기 펭귄 1만 마리 몰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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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 위기’ 다가온 황제펭귄 난해 서식지 5곳 중 4곳 녹아…방수 안 되는 새끼 펭귄 떼죽음

▶ 연구팀 “전례가 없는 번식 실패” 온난화로 남극 해빙 계속 줄어…“이번 세기 안, 멸종 가능성 커져”

남극의 신사’로 불리는 황제펭귄이 이번 세기 안에 지구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남극 해빙(Sea ice·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얼음)이 사라져 새끼를 낳고 기를 땅이 없어지는 탓이다. 영국 남극조사국(BAS)은 지난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황제펭귄 서식지에서 전례 없는 규모의 번식 실패 사태가 발생했다며 멸종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25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BAS 소속 피터 프렛웰 연구팀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 환경’에서 지난해 남극 벨링스하우젠해의 중부와 동부에 위치한 황제펭귄의 주요 서식지 5곳 중 4곳에서 얼음이 사라져 새끼 펭귄 최대 1만 마리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서식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대형 서식지에서 새끼 펭귄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에 참여한 노먼 래트클리프 박사는 “황제펭귄이 한 시즌에 이 정도 규모로 번식에 실패한 사례는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황제펭귄은 평균 1.2m의 키와 꼿꼿한 자세, 턱시도를 연상시키는 검은 날개와 흰 몸통 때문에 별명이 ‘남극의 신사’이다. 남반구 기준 겨울인 5, 6월에 알을 낳는데, 60여 일 후 부화한 새끼 펭귄은 방수가 안 되는 회색 솜털만 난 취약한 상태로 약 4개월간 해빙 위에서 성장한다. 방수가 되는 깃털이 나는 건 생후 12개월 이후부터다. 그전에 바다에 들어가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떼죽음을 당한 새끼들의 사인도 익사가 유력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초 남극 얼음 면적은 역대 최저치에 가까웠는데, 특히 지난해 11월 벨링스하우젠해 중부와 동부 일대에선 해빙이 100% 사라졌다.

남극 해빙은 더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2016년 이후 해빙 면적 역대 최저 기록은 4번 경신했고, 이로 인해 남극 황제펭귄 서식지 62곳 중 30%가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해빙 면적은 45년 위성 관측 사상 최저치였으며, 벨링스하우젠해에서는 지난 4월 말이 돼서야 해빙이 생기기 시작했다.

올해의 생존도 담보할 수 없다. 지난 20일 기준 남극 해빙 면적은 1,570만㎢로, 지난해 8월 기록된 겨울 최저치에서 200만㎢(한반도 면적의 약 10배)가 더 줄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는다면 2100년까지 황제펭귄 서식지 90%에서 번식이 불가능해지면서 멸종에 이를 것을 우려한다. 프렛웰 박사는 “황제펭귄이 디딜 해빙이 없어지면 번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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