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블록버스터 매장 전 세계 1곳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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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광객이 오리건주 벤드에 위치한 미국내 유일한 블록버스터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이번 달 말 호주 매장이 영업 중단에 들어갈 예정이서 이 매장은 지구상에 단 하나 남은 블록버스터 매장이 되는 셈이다.

오리건주 벤드가 유일

최근 개봉된 ‘캡틴 마블’에서 하늘에서 떨어진 캡틴 마블이 지구 땅을 처음 밟은 곳이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Blockbuster)다. 1990년대라는 영화의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할 만큼 당시 블록버스터는 미국내 최대 비디오 유통 및 대여점 체인이었다. 

하지만 한때 9,000여개에 달했던 블록버스터 매장은 모두 자취를 감추고 딱 2곳만 남아 있다. 오리건주 벤드에 1곳과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 나머지 1곳이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그 중 퍼스 매장마저 이번 달 말로 영업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벤드 매장이 다음달부터 전 세계 남아 있는 유일한 블록버스터 매장이 되는 셈이다. 

과연 블록버스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985년에 첫 사업을 시작한 블록버스터는 비디오, DVD, 게임 대여 체인점이다. 1990년대 미국내 콘텐츠 대여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면서 승승장구해온 블록버스터는 2004년 9,000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9,000개 매장 중 50%에 해당되는 매장이 미국내에 있을 만큼 인기를 누렸다. 당시 블록버스터 직원 수만 해도 8만4,000명에 달했다. 이는 현재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직원 수에 3배에 해당되는 수치다.

하늘을 찌를듯 했던 블록버스터의 성공 신화는 2000년대 초중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과 함께 비디오 대여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2010년 파산 신청을 한 뒤 이듬해 위성 텔레비전 제공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에 매각됐다. 전성기 때 9,000여 개에 달했던 매장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수천 명의 직원도 회사를 떠났다.

블록버스터의 경영 악화에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넷플릭스’였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1998년 넷플릭스를 창업하게 된 동기가 블록버스터에서 비디오 한 편을 6주 연체해 40달러를 낸 경험 때문이었다는 일화는 기업 흥망성쇠의 아이러니를 그대로 보여준다.<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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