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도전사 ‘새 장’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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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체조 첫 동메달의 주인공 여서정이 1차 여서정 연기를 마치고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연합>

여서정 도마 동메달···여홍철과 ‘부녀 메달’
여자체조 사상 첫 메달···“이제 아빠 넘어설 것”
우상혁, 높이뛰기 한국신기록···육상 최초 4위

2020 도쿄올림픽 개막 후 9일째인 8월의 첫날, 대한민국 올림픽 도전사의 한 페이지가 새로 쓰였다.

여자 체조 간판 여서정(19)이 아버지를 이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고, 육상 남자 높이뛰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24년 묵은 한국 기록을 깨고 4위 자리까지 올랐다.

여서정은 1일(이하 현지시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얻어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서정의 아버지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여홍철(50) 경희대 교수다. 이로써 대한민국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한국 여자 체조 선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것도 처음이다. 여서정은 한국 체조에 역대 10번째 올림픽 메달(금1, 은4, 동5)을 선사했다. 류성현(19·한국체대)은 남자 기계체조 마루운동 결선에서 14.233점을 받아 출전한 8명의 선수 중 4위를 차지했다.

기쁨의 눈물을 닦고 공동취재구역에는 환하게 웃으며 들어온 여서정은 “그동안 열심히 (올림픽을) 준비했는데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쿄올림픽 기간 문자 등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에게 감사드린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여서정은 “일본에 온 뒤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서 아빠랑 문자를 많이 주고받았다”며 “아빠가 장문으로 많은 글을 써줬고, 지금껏 잘해왔으니 열심히 준비하라는 격려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올림픽 동메달도 여홍철 교수의 기술인 ‘여 2’를 응용해 만든 ‘여서정’으로 일궈냈다. 여서정은 ‘여 2’ 기술(힘차게 달려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로 900도 회전)보다 반 바퀴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이다. 회전수는 적지만 여자 선수에게 어려운 기술이라 난도 점수가 높다.

여서정은 “아빠가 계셔서 그간 부담감도 많았고,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이젠 더 열심히 준비해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며 호기롭게 아빠에게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여홍철 교수는 “이젠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며 자신을 능가해 더 큰 선수로 커 갈 딸을 전폭 응원했다.

한국 육상도 새날을 열었다. 우상혁이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를 차지했다.

아쉽게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1997년 이진택이 세운 종전 한국 기록(2m34)을 24년 만에 갈아치웠고,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종전 8위)도 냈다. 한국 육상 트랙&필드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도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우상혁은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음 올림픽 목표는 우승이죠. 가능성을 봤습니다. 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에 찬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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