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올라도 그게 그거”인플레가 다 까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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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인상에 비해 물가 상승 폭이 더 커지면서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미국인 66% 가계부담 증가

LA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이모씨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오른다”고 푸념했다. 단골로 방문하는 프라이드 치킨 판매업소도 그렇고 중국 음식점도 마찬가지로 1달에 1번 꼴로 방문할 때마다 2~3달러씩 음식 가격이 올라 있다는 게 푸념의 이유다. 그는 “월급이 오른다고 해도 물가도 함께 올라가니 생활비 부담은 그대로”라며 “저축은 꿈도 못 꾸고 매달 적자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이 고물가 인플레이션의 쓴 맛을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가계 수입은 크게 상승해 왔지만 그에 못지 않게 물가 상승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임금 상승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한인 주부 최모씨는 “월급은 분명 올랐는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뛰고 있어 장보기가 두렵다”며 “월급 받아서 각종 생활비를 내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실질 임금이 별로 늘어나지 않아 생활비 부담을 느끼는 것은 비단 한인 주부 최씨만의 불만은 아니다.

9일 발표된 AP통신과 NORC 공공문제연구센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중 66%가 코로나19 사태 이후부터 가계 생활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답했다.

생활비 부담이 가중된 것이 급여 정체나 하락 때문은 아니다. 미국 내 가구들의 수입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급여 상승률은 전년 대비 4.2%로 20년만에 최대치 상승을 보였다.

문제는 급여 인상을 앞지르는 물가 상승이다. 연방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6.2% 상승해 3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오늘(10일) 발표되는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6.7%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례로 한인·주류 요식업계가 음식 가격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밖에 없는 것은 물류대란으로 인한 공급난으로 인해 각종 식자재와 비품 구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30~40% 수준으로 늘어난 탓이다.

중국 음식점 업주인 한인 K모씨는 “식재료 가격과 투고 박스 가격 등 기본 운영비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40% 정도 올랐다”며 “여기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인해 급여 인상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셈이다.

물가 상승은 단지 실질 수입 감소에 끝나지 않고 있다. 수입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물가 인상은 미국인들의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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