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고유가 속 전기∙자율주행차가 미래···‘빅뱅’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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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위치한 포드 루즈 전기차센터에서 근로자들이 전기차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을 검수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포드, 세계 4위 파운드리와 차량용 칩 생산·R&D 제휴
GM도 퀄컴·NXP와 협력 ‘차반도체 고도화’ 큰 그림
자율주행 AI칩 개발 진척 애플카 2025년으로 앞당겨

■ 요동치는 완성차 업계

미국 완성차 업체‘빅 2’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반도체 제조사와 전기·자율주행차용 칩 공동 개발을 위한‘전략적 제휴’를 잇따라 맺었다. 또 애플은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 개발을 마무리해 4년 뒤인 오는 2025년‘완전자율주행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세계 완성차 업계가 전기·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미래차 ‘빅뱅’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이날 미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제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스와 차량용 칩 공급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대만 UMC에 이어 파운드리 점유율 4위(6%, 2021년 3분기 기준)인 칩 제조사다. 이번 제휴로 양 사는 미국 내에서 칩을 공동 생산하게 됐다. 포드의 각종 차량에 특화된 칩 공동 연구개발(R&D)에도 나서 배터리 성능 등에서 이전보다 경쟁력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포드의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는 이번 동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칩 품귀로 자동차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 폐쇄까지 단행하는 상황에서 칩 제조 업체와의 협업 시스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들어가는 칩의 수는 내연기관차에 비할 수 없을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부품 조달을 위해서는 필요한 칩을 만들어줄 파운드리 확보가 절대적이다. 실제로 양 사는 이번 제휴로 미국 내 칩 공급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양 사 간 협력이 미래차 ‘격변’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포드와 글로벌파운드리스는 공동 연구를 통해 현재 포드가 만드는 차 외에 배터리 제어와 자율주행 등에 쓰이는 칩도 개발할 것”이라고 봤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트위터에 “2023년 말까지 연간 6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히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포드뿐이 아니다. GM도 세계 최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미국의 퀄컴, 네덜란드의 NXP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WSJ는 “GM은 점점 더 복잡하고 기술 집약적이 돼가는 차량을 위해 더 높은 성능의 칩이 필요하다”며 “퀄컴과 NXP가 그런 GM의 야망에 든든한 힘이 돼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올 8월 전기차 1위인 테슬라는 독자 설계한 자율주행 신경망 처리 슈퍼컴퓨터 ‘도조’의 ‘두뇌’ 격인 AI 반도체 ‘D1’을 전격 공개했다. 도조는 오토파일럿 훈련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초고속 훈련 컴퓨터로 3,000여 개의 전용 D1 칩으로 이뤄져 있다. 독일 업체인 폭스바겐도 5월 자체 차량용 반도체 설계 로드맵을 발표하며 반도체를 ‘수직 계열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반도체 설계 전문가 인력을 대거 흡수해 내부에서 칩을 직접 설계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불과 4년 뒤인 2025년 완전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를 출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매체는 애플이 당초 최대 7년 뒤로 잡았던 출시 시점을 과감하게 앞당긴 것도 자율주행 시스템을 뒷받침할 칩 개발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 PC에 쓰이는 프로세서 개발팀 ‘애플실리콘’이 애플카 칩을 설계했으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동기화’ 작업도 상당한 진척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애플은 조향·가속에 초점을 둔 제한적인 자율주행차 모델과 사람의 조작이 아예 필요 없는 완전자율주행차 버전 두 가지를 동시에 염두에 두고 연구했는데 완전자율주행 버전에 더 집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카가 곧 도로 테스트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아직은 베일에 싸인 애플카를 만들 협력 업체도 조만간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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